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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그 맛과 향에 취하다

 

과일은 그 나라 고유의 맛과 향으로 기억된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이라도 현지에서 맛보는 것은 그 느낌이 다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과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여행지와 그날의 분위기가 떠올라 미소짓게 된다.

낯선 과일도 반갑다. 과일만큼은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펼친다. 모험가 정신으로 진격이다. 가끔은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시도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다. 과일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다.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두리안도 결국 익숙해졌고, 쓰디쓴 넬리카 열매도 매일같이 사먹은 모녀다. 여행지를 떠나면 그 맛을 다시 보기 힘들다는 생각에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매일 찾게 된다. 그때 아니면 맛보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와 낯선 과일에 대한 호기심이 적절히 어우러지며 과일 가게에서 지갑을 열게 된다.

 

 

중독된 코코넛 사랑

인도에서 우리 모녀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코코넛 열매였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코코넛 중 하나를 선택한다. 코코넛 파는 사람은 커다란 칼로 툭툭 쳐내며 구멍을 내어 그곳에 빨대를 꽂아 준다.

처음 맛볼 때는 약간 밍밍한 느낌이 들어서 경험상 한 번만 먹고 말자고 생각했다.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코코넛 열매를 일단 한 번 먹어보면 자꾸 찾게 된다.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는 으뜸이라고 생각된다. 탄산음료는 갈증이 날 때 마시면 마실 때만 시원하지 나중에는 갈증이 더 심해지는데, 코코넛은 다르다. 자연 그대로의 맛에 반하게 된다. 자꾸만 찾게 된다. 은근히 중독되는 느낌이다.

소리가 날 때까지 쪽쪽 빨아먹다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아쉽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즙을 마시고 다시 상인에게 건네주면, 능숙하게 툭툭 칼로 쳐내 하얗고 말랑말랑한 과육을 맛보게 해준다. 긁어서 떠먹을 수 있도록 코코넛의 한 부분을 스푼처럼 도려내주는 센스. 먹기에도 편리하고 맛도 그만. 인도에서 마른 목을 촉촉하게 축여준 한 모금의 추억이 코코넛 열매와 함께 자리잡고 있다.

한 가지 잊지 못할 점은 칼로리가 어마어마해서 여차하는 순간 모두 살로 간다는 것이다. 아무리 여행이 고된 고행이어도 살이 빠지지 않았던 것은 매일 맛본 코코넛에 그 원인이 있는 듯도 하다.

 

인도 코발람에서 코코넛파는 아줌마, 칼로 코코넛을 내리찍어 빨대를 꽂을 구멍을 만들어준다

 

천연음료수 완성

 

 

그대 이름은 넬리카

이것은 무엇인가? 그 정체를 알려다오. 겉으로만 보았을 때에는 전혀 그 맛을 짐작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떤 맛일까? 낯선 음식은 시도하기 두렵지만, 낯선 과일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궁금해요? 궁금하면 먹어봅시다. 호기심 모녀는 잠시 망설임 끝에 넬리카 열매를 구입했다. 그렇게 먹어보게 된 것이 넬리카였다.

넬리카는 남인도 마두라이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넬리카 열매는 청포도 색깔의 커다란 알사탕같다. 맛있을거라는 기대감을 듬뿍 심어준 넬리카. 머뭇거리는 우리 모녀에게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한 번 먹어보라고 권하던 주변 사람들의 호들갑도 한몫했다. 건강에도 좋고, 머리카락도 강하게 해준다나? 청포도맛 알사탕을 상상하며, 맛과 건강을 다 잡은 건강과일이라 규정지어버렸다. 무장해제된 마음으로 편안하게 한 입 베어물었다. 헉! 그냥 쓰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뿜어져나오는 과일, 그건 네가 처음이었어!

 

 

바나나는 노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빨간 바나나 줄까? 노란 바나나 줄까? 바나나는 당연히 노란색인 줄로만 알았는데, 남인도 여행을 하다가 처음으로 빨간 바나나를 보게 되었다. 고정관념이 와장창 깨진다. 내용물은 뻔해도 포장에 이끌릴 때가 있다. 빨간 바나나가 그랬다. 겉이 빨간 바나나의 속은 어떨까? 궁금했다.

특별히 맛이 다르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궁금해지니 안먹고는 못배기는 우리 모녀. 참지 못하고 먹어보니, 역시나 노란껍질의 바나나와 똑같이 생긴 알맹이에 같은 맛이다.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어 그 맛은 훨씬 덜했던 기억이 난다. 궁금한 상태로 그냥 놔둘걸 그랬나보다.

 

 

파파야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

“이것도 사자!” “당연하죠.” 엄마 한 개, 나 한 개. 오늘은 배터지게 먹어봅시다. 겉모습은 그다지 끌리지 않지만, 그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한 개로는 모자라다는 것을 동의하게 된다. 잘 익은 파파야를 한 입 베어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 없다.

한 개 이상 욕심을 부리면 금물! 인도 여행 중 파파야 욕심을 부리다가 배탈이 나서 호되게 고생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한동안 파파야 금욕주의자로 지냈다. 사람 취향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 법! 다시는 파파야를 먹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괜찮아지니 마음은 다시 파파야를 찾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그 맛. 다음 여행에도 당연스레 찾게 될 그 맛이다.

 

 

대추야자, 직접 먹어보다

대추야자는 책을 읽다가 그 맛이 궁금해진 과일이다. 그 맛은 도대체 어떨까? 드디어 터키 여행에서 궁금증 해결! 말로만 듣던 대추야자를 직접 먹어보았다. 첫 시식의 순간이 다가왔다. 두둥! 깜짝 놀랐다. 대추야자는 엄청 달다. 그냥 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달아도 어떻게 이렇게 달수가 있지?

한 입 먹고 나니 다시는 안 먹게 될 줄 알았다. 대추야자의 위력을 얕잡아 본 것이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매일매일 대추야자를 먹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여행은 끝나가고 나는 살찌고 있었다. 피둥피둥 찌는 살은 대추야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나 혼자만 살찔 수는 없지. 엄마의 살이 포동포동 오르는 것도 대추야자의 공.

 

 

양귀비가 즐겨먹었다는 그 과일, 여지

나뭇잎을 통째로 뜯어먹는 기린이 된 느낌이다. 송이째 통째로 붙들고 뜯어먹던 과일의 추억이 아른거린다. 엄마와 딸이 과일먹기 대회라도 벌인 듯, 한 송이씩 집어들고 과일삼매경에 빠진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청포도와 여지였다. 특히 여지는 손쉽게 맛볼 수 있는 과일이 아니어서 눈감으면 그 추억이 아른거린다.

중국집에서 후식으로 한 개 나오거나, 캔으로 접하게 되는 여지와는 비교금물. 가지째 부여잡고 하나씩 쟁취해가는 여지의 맛은 상상초월. 아, 그래서 양귀비가 여지를 그렇게 즐겨먹었던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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