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식 박하사탕?
인도식당에 가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면 입가심으로 맛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식사 후 박하사탕이나 껌을 비치해놓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도에서는 커민과 덩어리 설탕을 스푼으로 덜어서 먹도록 제공해준다. “계산서 주세요!” 식사 후에 종업원에게 요청을 하면 계산서와 함께 준다. 돈을 꺼내 계산서에 넣어놓고, 커민과 설탕 덩어리 한 스푼 떠서 손바닥 위에 덜어서 먹으면 된다.
어디 한 번 맛볼까? 그 맛이 정말 오묘하다. 진한 향수를 통째로 한 모금 마시는 기분이랄까? 향수와 함께 간간이 씹히는 별사탕 정도의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화에도 좋고, 인도에서는 식후 입가심으로 먹는다고 하니, 금세 현지식으로 적응해본다.
엄마는 특별한 맛도 아니고, 특별하지 않은 맛도 아니라고 하신다. 넬리카처럼 죽을 맛은 아니었다며, 소화 잘 된다고 하니까 그냥 드셨다고 하신다. 에효, 참아가며 드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직접 먹어보면 알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점점 내 안에 스며든다는 것을.
낯선 이 맛의 정체는?
인도와 중국 음식에 독특한 향을 내는 식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수. 코리안더라고도 한다. 각종 음식에 기본 향신료로 들어간다. 인도에서 맛본 티벳음식 모모(만두)와 중국에서 야채만두를 먹었을 때 들어있던 고수의 맛을 잊지 못한다. 한 입 베어물었을 때 느낌이 왔다. 따로 빼달라고 할 틈도 없이 낯선 그 향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했다. 당연히 들어있다고 생각해야할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으니, 내 잘못이다. 감안하고 먹을 수밖에.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난 먹을만한데.” 살짝 미소지으시는데,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아닌 거 다 알거든요. 좀 솔직해집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그 맛을 거부하게 되는데, 점점 익숙해지게 된다. 고수의 향에 익숙해질수록 인도와 중국에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도 여행 초반에는 빼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나중에는 그 맛에 익숙해지고, 여행이 끝난 후에는 은근히 그리워지기도 하는 그런 맛이다.
색깔로 한 입, 맛으로 한 입
남인도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레몬라이스lemon rice이다. ‘레몬’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엄청 시큼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오산. 곧 레몬라이스를 즐겨 주문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요리에는 일가견이 전혀 없는 우리 모녀는 남인도 여행을 하며 심심풀이로 쿠킹클래스에 참여했다. 요리강좌를 한 번 들어서 실력이 쑥쑥 늘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히 할 수 없다. 배운다기 보다는 함께 만들어서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가 크다. 주방장이 거의 음식을 다 한다. 요리하는 과정을 알려주고 수업이 끝나면 다들 음식을 나눠먹는다. 그 시간이 되면 다들 행복해보인다.
요리강좌에서도 기본 요리로 쉽고 재미나게 가르쳐주는 것이 ‘레몬라이스’였다. 김치볶음밥 만들 듯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 색깔도 예쁘고 맛도 있으니, 금상첨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던가? 색깔로 한 입, 맛으로 한 입, 먹다보면 어느새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된다. 즐겁게 한 그릇 비울 수 있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