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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살 아이가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안돼! 내 거야."다.

자신의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 누구든 자기 물건을 만지면 어김없이 외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물건을 양보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이가 애착을 강하게 보이는 담요가 있다.

보드라운 촉감과 따뜻함에 빠진 것인지 도무지 떨어질 생각이 없다.

주로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터라 금세 더러워지곤 한다.

세탁이라도 한번 하려면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해서 겨우 허락을 받는다.

 

 

  배려와 양보가 얼마나 곱고 예쁜 마음인지 보여 주는 책이 있다.

작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펭귄랜덤하우스의 대표작으로 손꼽이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기곰 해럴드는 줄무늬 털모자를 아주 좋아해서 늘 쓰고 다닌다.

무더운 여름에도 한 달에 한 번 목욕할 때조차 말이다.

해럴드가 털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곰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남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까마귀가 해럴드의 모자를 훔쳐 간다.

여기서부터 아이가 이야기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까마귀를 가르키며 "나쁜 까마귀! 혼내 줘야 해."하고 말했다.

 

  털모자를 잃은 해럴드는 슬퍼한다.

털모자가 없는 해럴드는 더이상 특별한 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럴드는 털모자를 되찾기 위해 까마귀를 유인한다.

까마귀가 좋아할만한 지렁이, 블루베리, 반짝이는 물건들로 털모자와 바꾸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까마귀는 "휙" 내려와 "훅" 낚아채 "휭" 하고 둥지로 날아간다.

실감나는 의태어 표현이 읽는 재미를 더했다.

반복되는 표현에 아이는 손가락으로 까마귀 나는 흉내를 내며 신이 났다.

그러다 털모자를 내놓으라 소리치는 해럴드의 절규에 아이도 분노했다.

둥지에서 "까악! 까악!" 외쳐대는 까마귀가 어찌나 얄미운지 꿀밤 한 대 때려 주고 싶다.

아이도 얼른 까마귀를 혼내주라고 난리였다.

 

  해럴드가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방법은 직접 까마귀 둥지로 가는 것이다.

까마귀가 없는 틈을 타 둥지에 오른 해럴드는 자신의 털모자를 덮고 잘 자는 아기 까마귀들을 본다.

이 장면을 한참 보는데 아이가 말했다.

"그냥 모자 줘."

"왜? 해럴드꺼잖아. 달라고 해야지."

"아기잖아."

아기 까마귀들에게 털모자가 더 필요하니 양보해야 한다는 걸 안 것이다.

해럴드는 아기 까마귀들에게 털모자를 잘 덮어 주고 내려온다.

이제 털모자가 없어도 괜찮다고 그래도 난 특별한 곰이라고 나직이 말한다.

"난 친구를 돕는 곰, 해럴드거든."

 

  마지막 장면이 따뜻하다.

나뭇가지 위에 해럴드와 까마귀가 어깨동무를 하고 앉아 날기 시작한 아기 까마귀들을 바라 본다.

해럴드는 소중한 친구를 얻었다.

아이가 빈 둥지에 놓인 모자를 가르키며 말한다.

"이제 털모자 가지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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