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꿈이 있다.
여건이 되는 언젠가 서점을 차리겠단 꿈이다.
사실 서점에 대한 환상과 낭만만이 가득한 꿈이다.
내 눈에 비치는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이상향의 장소다.
서점 주인은 대체적으로 평온한 모습으로 한 켠에서 책을 보는 또다른 인류로 느껴진다.
책을 팔아 이윤을 남기고 결국엔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동안 읽은 서점 주인들이 쓴 책은 현실보다는 낭만이 더 부각되어 있었다.
부푼 꿈은 부풀기만 할뿐 현실은 애써 외면했다.
게다가 몇년전부터 전국에 작은 동네 서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전국 각지의 이색적인 동네 서점 전시까지 열렸다.
<서점의 시대>라는 전시회 이름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
서점이 다시 삶의 공간으로 돌아오고 있단 기쁨과 설렘이었다.
저자인 서점 주인들을 직접 만나 사인도 받으며 나도 꼭 이들과 함께 하리라 꿈만 키웠다.
이 책은 서점 운영의 낭만과 현실 사이를 가감없이 보여줘서 더없이 좋았다.
현실에서 서점 주인은 평온하게 책만 보고 있을 수 없다.
개인 서재를 다수에게 공유하며 수입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취미생활이 아니라면,
서점은 책을 팔아 수입을 얻어야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애초에 책은 시장의 규모도 작고 소비층 또한 넓지 않다.
서점 주인만의 특색있는 큐레이션으로 무장, 작정하고 차려도 문을 닫는 어려움이 있다.
<어서어서>의 주인이 서점 최초 책 완판 신화를 만들기까지 지리와 시기상의 운도 따랐지만,
그보다 특색있는 서점 외관과 포토존, 책봉투와 스탬프 등의 아이디어가 SNS상에서 눈길을 끌었다.
많은 이들이 접하는 SNS를 통한 홍보와 리뷰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지방 소도시 경주로 이끈다.
책이라는 매체가 담는 내용은 트렌디한데 소비층 확장 공략에 있어서는 구시대적이었다.
소수의 즐길 사람만 즐기고 결국 살 사람만 사는 작은 시장 규모 속에서 서점은 늘 위기와 맞닿은 채 버텨왔다.
<어서어서>의 놀라운 판매고가 소비층 확장에 한몫하지 않았나 한다.
세상에는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많다.
책을 좋아하던 이들조차 다른 매체에 눈을 돌린다.
한 유튜버의 책을 읽고 그의 삶에 감명받아 유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빠져 나올수 없는 재미에 몇시간을 넋을 잃고 웃었다.
책 읽기보다 유튜브 보는게 시간도 잘 가고 훨씬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건 순전히 애정이다.
<서점의 시대>가 오길 바랐고 온 줄 알았지만 또다시 주춤이다.
그래도 책과 서점에 믿음은 굳건하다.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누군가는 계속 서점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과 맞닿게 하기 위해 노력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