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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도서]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캐서린 메이 저/이유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2월은 시작부터 잔인했다.

  "멜로디맘은 큰일을 해낼 거예요."

  자신의 촉을 믿으라며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의 타계 소식부터 전해졌다.

몇 년 만에 마주한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은 영정 사진이었고, 마지막 인사도 짧기만 했다.

슬픔과 허망함을 미처 달래지도 못한 채 이틀 뒤 첫째 아이의 코로나 확진이 이어졌다.

확진 3일 째 새벽부터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더니 숨을 내쉴때마다 컹컹 소리가 났다.

아이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숨 쉬는 것 조차 버거워했다.

급히 병상을 요청했으나 언제 병상이 날지 모르니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눈물은 쏟아지고 초조하게 애만 태우는 사이 아이의 상태가 기적처럼 점차 나아졌다.

해열제만으로 10일을 잘 버텨준 아이, 격리 해제가 되면 바로 병원부터 데려갈 계획이었다.

격리 해제날 함께 격리 생활했던 가족들이 검사를 받았고 남편과 둘째 아이가 확진되었다.

첫째 아이의 격리일이 다시 17일 연장되었다.

고난의 끝은 보이지 않고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내려갈 바닥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은 악재 속에 나를 굳건히 붙잡아 준 건 다정한 이웃과 책이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어려워말고 연락을 달라, 뭐든 부탁해라, 수시로 안부를 물어봐준 나의 다정한 이웃들, 문고리에 몰래 먹거리를 걸어두고 간 이웃들, 어려운 부탁도 선뜻 들어준 이웃들.

다정한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끝도 없이 절망했을테고 슬픔에만 잠겨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힘든 시기 내 곁에 내내 있어준 책 한 권이 있다.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한 무렵부터 힘든 일들이 연이어졌다.

마치 나에게 벌어질 일들을 미리 알고 이 책이 나를 찾아와 준 것만 같다.

 

 

  이 책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이다.

작가의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남편의 맹장염,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연이은 인생의 고난들을 견디고 나는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담담함에 고난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칼날처럼 첨예하게 다가와 아프게도 했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에 더 깊이 작가의 지난 겨울에 공감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윈터링 wintering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

인생의 휴한기.

 

  첫째 아이는 격리되어 10일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이는 11살에 인생의 겨울을 나는 법을 힘겹게 배우고 있었다.

"엄마, 하루가 5일처럼 느껴져. 하루가 원래 이렇게 길었어?"

아이는 몸의 고통과 싸우면서 남아도는 시간과의 싸움도 해야만 했다.

시간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며 아이는 성큼 성장하고 있었다.

확진 초기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이를 안정시켜 준 건 다정한 친구였다.

섣부른 위로 대신 평소처럼 대해준 친구 덕분에 아이의 회복이 빨라졌다.

 

  아이의 건강 회복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

신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쉬어가라고, 그리고 삶을 가만히 돌아보라고.

고난은 우리의 삶을 뒤흔들고 위협하지만 살아갈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고난의 심연으로 향할수록 그 가치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내가 잊고 살아왔던 그리고 몰랐던 삶의 가치들이 보였다.

건강 앞에 올 수 있는 가치는 없다.

다정함만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스스로의 마음챙김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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