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까지 마당이 있는 다세대 주택에 살았다.
하나의 대문과 마당을 서너 세대가 함께 쓰는 집이었다.
개개인의 공간은 있지만 거의 한가족과 같은 삶이었다.
미주알고주알 서로를 드러내는 삶은 좋게 말하면 정감 넘치는 삶이요, 안좋게 말하면 질척이는 삶이다.
가족처럼 살면 서로의 좋은 면만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넘칠지라도 내일은 머리채 잡고 너죽고 나살자 싸울 수 있다.
이제는 주택 생활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졌다.
아파트는 이웃과 적당한 거리 유지에 최적의 생활 공간이다.
주택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건 코로나를 혹독하게 겪은 뒤다.
가족의 릴레이 감염으로 한달을 꼬박 집에 갇혀 지냈다.
베란다에 서서 눈이 온 바깥 세상을 보며 마당 있는 집을 떠올렸다.
마당이 있더라면 당장 신발을 신고 나가 눈을 밟아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30대 자매가 서울에 지하 1층과 지상 2층 구조의 단독주택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1984년에 완공된 오래된 주택이 급매, 지하철역 3분 컷이라는 조건에 나온다.
집 계약, 리모델링 과정, 입주자를 찾는 이야기까지 자세하게 나온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집주인 자매와 독서 모임 운영자, 심리상담소 상담가, 레스토랑 셰프, 비오던 날 구조한 길고양이가 같이 산다.
마당에서 플리마켓도 열고 만두 빚기, 김장 하기, 곶감 만들기도 함께 한다.
때로는 식사도 같이 하고 차도 마시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소소한 일상을 매일 함께 하는 것이 더없는 행복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의 삶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리모델링 업체와의 긴 소송, 주택 관리의 어려움, 입주자와의 갈등, 이웃과의 갈등도 있다.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지면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도 쉬워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에 대한 맷집을 키워가며 함께 살아가겠다고 한다.
모든 것은 완벽할 수 없고 살아가며 그 빈틈은 메울 수도 있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꿈꾸며 마땅한 집을 찾다 포기했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을 뿐더러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을 버리지 못해서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정감있고 좋아보이면서도 선뜻 실행하기 어렵다.
가까워지며 주고받는 피해나 갈등으로 불편해질 수 있는 관계가 두려워서다.
애초에 그런 관계가 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았다.
또 세상의 흐름이 요즘 세대들은 서로에게 질척이는 것보단 쿨한 관계를 더 선호한다 여겼다.
그러다 문득 내 스스로가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단독주택의 삶이 궁금해 잡은 책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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