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임하는 태도는 늘 '성실'이 우선이었다.
매일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다 차질없이 해내겠다는 마음이 컸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큰 일이라도 날 듯이 무리를 해서라도 끝마친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 나쁜 것은 아니나 삶에는 적절한 쉼도 필요하다.
며칠쯤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은데 그 쉼이 쉽지 않았다.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고 지칠 때 낯선 곳으로 무작정 발길을 옮기는 것도 좋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풍경에 감탄하기도 하고, 낯선 이의 친절과 배려에 감동 받기도 한다.
잠깐의 여행이 삶에 활력을 다시 찾게 해준다.
쉼이 필요하다 느낄 때 낯선 곳으로 떠나는 용기도 부려볼 만하다.
가끔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는 걸.
요즘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그림책이 많다.
오히려 아이보다 어른들에게 그림책이 더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쉽고 명료한 글과 예쁜 그림이 짧은 시간에 큰 위로를 건넨다.
『달리다 보면』 이 내게 건넨 위로는 쉼이었다.
가끔은 잠깐 멈춰도 괜찮으니 앞만 보고 냅다 달리지 말고, 잠시 쉬어가라며 마음을 잡아 끌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뚜고 씨는 바쁜 회사원이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졸린 눈을 부비며 출근길에 오른다.
하늘이 맑고 상쾌하지만 회사에 가야 하는 뚜고 씨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출근 길 극심한 교통 정체에 뚜고 씨는 내비게이션에 새로운 경로를 검색하고 낯선 길로 들어선다.
내비게이션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노별 씨의 안내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들이 도착한 핑크색 바다 장면이 제일 아름답다.
핑크색 바다로 거침없이 운전해 가는 뚜고 씨는 멋져 보였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선 회사에 꼭 가야한다던 뚜고 씨는 이제 어디든 그냥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하루뿐인 짧은 여행이고 노별 씨는 사라졌지만 뚜고 씨는 믿는다.
달리다 보면 언젠가 다시 노별 씨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판타지적 상상이 가득하지만 거부감보단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 이유는 이 책이 건네는 위로의 힘에 있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삶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쉼이 필요할 땐 잠시 멈춰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