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멜로디군과 하루에 두 번은 꼭 치뤄야만 하는 게 이 닦기 전쟁이에요.
살살 구슬려도 보고 충치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고통을 주는 지 협박도 하고, 피곤할 때는 강제로 힘으로 부여 잡고 하곤 하죠.
얼마 전부터는 스스로 하겠다고 해서 지켜보지만 마지막 헹구기 전에 다시 한 번 칫솔질을 해주게 돼요.
아이가 이를 왜 닦아야지 하는 지 이해를 못하니까 이 닦기 시간이 힘겨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게 된 것도 아이에게 그 이유를 알려 주기 위해서였어요.
주인공인 정원이는 이 닦기가 너무 싫어요.
칫솔이 이와 잇몸을 훑고 지나가면 팔에 소름이 돋고, 거품이 자꾸 불어나 목구멍으로 넘어가 숨이 막히지는 않을까 겁도 먹지요.
그래서 정원이는 나중에 커서 '한 번 치약' 을 만들겠다고 결심해요.
평생 딱 한 번만 닦으면 다시는 이를 안 닦아도 되는 치약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그런 치약이 없으니 결국 엄마의 잔소리에 못이겨 이 닦기를 할 수 밖에 없죠.
이 닦기를 하다가 딴전이라도 피우면 엄마가 나타나 이렇게 말해요.
"자꾸 딴전 피우면 엄마가 직접 닦인다."
정원이는 엄마가 이 닦아 주는 걸 정말 싫어해요.
엄마는 너무 세게 닦아서 잇몸에 불이 나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은 엄마의 차례예요.
"아~ 해 봐. 이~ 해 봐. 싹싹 닦아야지. 이게 뭐니?"
멜로디군은 엄마가 말하는 부분을 읽어 줄 때마다 배꼽을 부여잡고 웃더라고요.
아마 자기도 늘상 엄마에게 듣는 말이라서 공감이 되어 그런 것 같아요.
이 책은 이 닦기가 싫은 아이의 심리가 아주 잘 드러나 있어요.
얼마나 이 닦는 게 싫었으면 한 번 치약을 만들어야겠단 생각까지 하는 지, 참 영특하고 귀여운 아이예요.
정원이를 보며 멜로디군도 이 닦을 때 이런 감정일 수 있겠다 하고 공감도 하게 되었고요.
또 엄마가 하는 말들이 어찌나 똑같은 지, 제 자신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이를 왜 닦아야 하는 지 그 이유가 이야기 속에서 부족해요.
마지막 장에 젖니, 영구치, 올바른 칫솔질, 초등학교에 가면 새로 이가 날 텐데 왜 닦아야 하는 지 따로 설명이 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 이유가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있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하고 다소 아쉬움이 남아요.
결론은 아이들이 이를 닦아야 하는 이유는 젖니의 뿌리에 영구치의 싹이 있어서 젖니를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네요.
유아에게 설명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은 것으로 만족했어요.
멜로디군도 자기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렇게 이 닦는 다는 걸 알았는지 반항이 조금은 줄었어요.
아무리 안 닦는다고 버틴들 결국은 닦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같고요.
이 닦기가 싫은 아이에게 엄마 목소리를 억양을 살려 실감나게 읽어 주면, 아이가 깔깔 웃을 수 있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