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한때 혐오스럽고 꼴도 보기 싫은 학문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 겨울 계절 학기였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굳이 안 들어도 될 철학 과목을 수강 신청했었다.
한 철학자에 대한 강의였는데 매시간 발표, 토론, 과제의 양이 엄청났다.
이론서 또한 한자가 대부분이요, 내용 또한 난해했다.
이 강의를 왜 신청했을까 후회하면서도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강의의 결과는 참담했다.
결석 없이 발표, 토론, 과제 모두 성실히 수행했는데 돌아온 성적은 'D'였다.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했는데 돌아온 답은 이 철학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모두 D와 F를 주었다며,
D도 그나마 성실히 수업에 임한 대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에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내게 철학은 난해한 학문이요, 난공불락의 거대한 성 같았다.
일부러 피했고 되도록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철학' 글자만 보아도 몸서리가 쳐 질 정도로 싫었다.
이 책도 10년 전처럼 무언가에 홀린 듯 한밤중에 골랐다.
‘철학 읽는 밤’이라는 서정적 제목에 끌린 것인지, ‘철학’ 글자를 본 순간 지난날이 떠오른 것인지 모르겠다.
이 책의 기획 의도는 서문에서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북경대 사람들의 발언 중 철학적 의미가 담긴 최고의 에센스만을 간추려 그 유구한 역사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엿보고자 한다.”
어려운 철학적 의미보다는 유구한 역사의 지혜를 엿보고 싶은 심리가 발동했다.
여러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그들의 삶에 대한 자세와 지혜가 잘 드러나 있다.
철학하면 무턱대고 어렵다고 여겼는데, 철학이 우리의 삶 자체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살아가며 우리가 하는 수많은 고민, 선택, 생각들이 철학이다.
철학을 기피한다고 했지만 실은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읽다보니 철학서보다는 자기계발서의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
자기계발서에 단골로 나오는 문구들이 많아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점이 조금 아쉬우나 곳곳에서 마음을 울리는 문구들이 툭툭 튀어나오곤 했다.
특히 내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문구는 ‘모든 삶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라’였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문구를 읽는 순간 전율이 왔다.
삶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건, 그만큼 삶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을 어렵고 멀게만 느꼈던 사람들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양서임은 분명하다.
“천 년의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 고전 철학의 지혜로 마음의 넓이, 높이, 깊이를 깨닫길 바랍니다.” 라는 저자의 당부처럼,
마음이 한결 넓고 높고 깊어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