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현실의 삶이 매우 무겁게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책을 책장에서 꺼내 한 장 읽어 내려갈 물질적 시간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책이 너무 고파 졸린 눈을 비벼 가며 정적만이 가득한 새벽 시간에 읽다가 그만 서글퍼져 눈물이 났다.
그런 내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 나타났다.
작가가 「성냥팔이 소녀」이야기를 통해 슬며시 건넨 한마디가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을 와르륵 무너져 내리게 했고, 작지만 따스한 불이 피어오르게 했다.
“힘들면, 당장 새로 무언가를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이다.
무리해서 책을 읽으려던 조바심을 버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음미하며 책을 읽게끔 위로를 전했다.
동화는 ‘어린이나 보는 시시한 책이야’하고 가볍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7년 동화책을 보며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동화가 더 필요한 것은 오히려 아이보다 어른이었다.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더욱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하면 뭔가 거창하고 지적이고 범접하기 어려운 학문 같지만 실은 우리가 어렸을 적 읽었던 수많은 동화 속에 인문학적 메시지가 들어 있다.
굳이 어려운 인문학서를 찾아 읽지 않아도 동화책만으로도 인문학에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이 그 첫걸음을 떼는 데 매우 좋은 책임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추천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성냥팔이 소녀는 가여웠고, 어린소녀가 추위에 떨다 죽을 때까지 무심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밉고 야속하기만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성냥팔이 소녀는 다르게 다가왔다.
소녀는 얼어 죽기까지 자신이 가진 성냥불을 왜 더 빨리 켜지 못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가엾은 소녀를 돕지 않았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그 당시의 사회상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동화를 넘어 나의 마음의 숨은 의문을 풀고 나아가 세상을 푼다.
어렸을 적 한 번은 읽거나 들었을 친숙한 동화와 읽기 두려운 성인 인문학서, 소설을 통해 흥미로운 인문학적 주제를 다룬다.
머리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동화책이 있는 캄캄한 골방이 세상에서 가장 좋았던, 바로 이야기에 매혹된 아이였던’ 작가 자신의 진솔한 고백으로 가득 차 있다.
무더운 여름날 포목점을 하던 어머니가 이불 두 채와 바꾸어 사주신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한 질이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생애 첫 보물이었다고 어린시절의 기억을 말하는, 그때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는 작가의 따뜻한 고백이 마음에 노크를 한다.
이런 고백을 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보나마나 매우 양서임을 처음부터 확신했다.
이 책은 잘 말린 곶감을 아껴가며 하나하나 빼 먹듯이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