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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봄에 본 그래 작가의 한 컷 그림들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단 한 컷의 그림으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 작가의 그림은  '맞아! 나도 그래'라며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 

작가의 이름이 '그래'인 것이 절묘하게 잘 맞아 떨어진다. 

이번에는 좀 더 긴 이야기로 찾아 온다니 기대감에 보았다.

일기형식이라 마치 남의 일기를 몰래 보는 것 같은 묘미가 있다. 


  25살의 이런저런 고민들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매일매일이 흔들리는 것 같고, 형태없이 흐물거리는 느낌이라고 한다.

작가는 예쁘고 창창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25살이라고 하면 예쁘고 창창한 나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에 나와 현실의 벽을 강하게 맞딱뜨리는 지점인 것 같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아닌 것 같은, 마치 아직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요즘 웹툰이 대세인 듯 수많은 플랫폼에서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넘친다. 

하나같이 개성 넘치고 재미있어서 시선을 잡아끈다. 

그래 작가의 한 컷 그림들이 강렬해서 인상에 깊이 남았다면, 이번 그래일기는 소소하고 담백했다. 

개인적으로 화학조미료없이 원재료의 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좋아한다. 

심심한 듯 하지만 가만히 맛을 음미하다보면 나름의 맛이 느껴진다. 

그래일기는 심심한 듯 하나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이 그 나름의 맛을잘 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고민들을 진지한 듯하나 담백하게 표현해서 부담없이 받아들이고 공감하게 한다. 

또한 곳곳에서 소금처럼 감칠맛을 내는 표현들이 돋보였고, 재치있는 발상이나 재미있는 일상도 잘 담아냈다. 

책갈피와 같은 얇은 몸에 매우 허약한 체력을 가진 일명 '갈피'친구를 보며 참 재치있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20대의 나는 어땠을까 잠시 떠올려보았다. 

뭐든 되고 싶고 뭐든 될 것 같은 희망에 부풀어 뜬구름 잡던 때 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단단한 어른이 되려 했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힘들게 공부하고 일했지만 안정된 자리 하나를 얻는 것이 버겁기만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안정된 직업과 가정을 갖고 단단한 어른이 되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삶은 수없이 흔들리고 잠시 정체하다 또 흔들리는 것 같다.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었고 비록 직업은 잃었으나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겉으로 보기에 안정된 것 같지만 여전히 흐물흐물 형태없이 흔들리는 중이다. 

지금은 단단히 굳은, 흔들림없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삶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잠시의 잔잔함에 여유를 느끼는 의연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도 가끔은 뜬구름 잡던 20대의 예쁘고 창창했던 젊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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