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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도서]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김지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누군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피곤하게 산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할지도 모른다. 예민함으로 상대방도 본인의 마음도 속속들이 느끼고 반응하는 그녀의 삶이 남들보다 피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나 예민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이렇게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럽다. 읽으면서 '아 나도 그때 딱 이런 기분이었는데'라는 부분이 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 불편한 감정이 정확히 뭔지 몰랐다. 그저 기분이 좋지 않거나 짜증이 난다고 그 복잡한 감정을 뭉뚱그려 생각했다. 예전에 어느 티브이 프로에서 무작정 화를 내는 아이에게 그 감정의 진짜 이름을 알려주는 걸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불편한 감정의 진짜 이유를 배움으로 본인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고 진짜 화가 날 때만 화를 내게 된다. 부모에게 자녀 육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였는데 어쩐지 나는 그 프로를 보면서 나의 솔루션을 찾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본인의 감정을 들여다보는데 누구보다 많은 공을 들였을거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예민하고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돌보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을거다. 어떤 사람은 이런 디테일한 감정선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본인의 감정을 잘 알고 다룰 수 있는 그녀가 누구보다 건강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이후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사람들을 만나고 부디 끼고 집에 오면 즐거움보다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힘들고 지칠 때가 더 많았다. 그때는 그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성격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많지도 않은 인간관계를 내가 버거워하는 줄은 몰랐다. 코로나로 강제 거리 두기를 하면서 거절이 힘든 성격으로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 만남으로 꼬리를 무는 고민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변에서는 코로나로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좋아진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혼자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가끔은 사람이 그립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작정 주변에 이끌려 나를 몰아넣기보다는 내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건강한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거니까. 나이가 들면서 나는 조금 덜 깍쟁이가 되고 있지만 거리를 두는 법은 조금 더 알아가고 있다.

나는 그들은 알고 그들은 나를 모르는, 그러니까 친밀감과 거리감이 완벽히 균형을 이루는 시간. 스타들을 따라 웃으며 배를 채웠더니 금세 다시 졸렸다.

p.131

자극을 기꺼이 견디고 쫓는 멋쟁이 서울 사람 말고, 끝없이 초원만 나오는 동네의 안 멋쟁이가 되기로.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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