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병원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서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이를 낳고 보니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에 들를 일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병원 출입도 잦아지고 늘 가는 병원의 간호사들과는 나름 친분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요 몇 년간 뉴스에서 간호사 태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에 관심이 생기던 차에 현직 간호사가 쓴 책이 있어서 볼 기회가 생겼다.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담 위주에 에세이집인지라 처음부터 몰입하면서 읽게 되었다.
얼마 전 아이가 고열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 지낸 두 번째 경험이었는데, 나이트 근무 간호사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아이의 경우 약을 먹어도 열이 잘 안 잡히다 보니 2시간 단위로 열 체크를 해야 했는데, 남들이 잠든 시간에도 시간에 맞춰 열 체크를 해주고 열이 너무 심해지는 경우 해열제를 챙겨오고, 수액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체크하는 등 잠도 못 자고 체크하는 통에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 책을 쓴 저자 김리연 간호사 역시 자신의 나이트 근무의 애환이나 각종 어려움 특히 태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는데, 정말 환자를 간호하고 도와주는 것만 해도 벅찰 텐데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는 걸 보고 정말 안쓰러웠다.
물론 어느 직업이나 자신의 업무를 넘어서는 일들이 많긴 하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이 가진 애환도 엄청난 것 같았다.
저자의 경우 현재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가서 그곳에서 간호사 일을 하고 있다.
무시, 괴롭힘, 태움 등은 단지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면 한국보다는 훨씬 처우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해서 그런지 그녀의 미국 이민을 응원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문제는 있었다.
당장 인종차별적인 사람들도 많고, 언어의 문제뿐 아니라 왕따나 텃새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곳이나 쉬운 곳은 없겠지만 너무나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탓에 읽으면서 마치 내 문제인 듯 한숨이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환자의 입장에서 친절한 간호사와 퉁명스러운 간호사를 만났을 때 아무래도 마음을 쓰는 것이나 이야기하는 것이 달라진다.
하지만 그(녀)들의 업무 또한 어쩌면 친절한 말투나 행동이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화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간호사를 꿈꾸는 누구라도, 아니 간호사와 전혀 상관이 없더라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적어도 간호사라는 직업의 보람과 애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