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중 - "아직까지 나에게는 나 자신도 만족스럽고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한 명국이 없다.
빈 공간에 바둑돌을 놓아 바둑판을 채워 가면서 대국이 완성되듯,
내 안의 빈곳을 하나하나 채우고 나의 바둑을 완성시켜 가야 할 것이다."
"소설가가 펜을 들어서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듯,
화가가 붓을 들어서 캔버스에 한 획 한 획 그려 가듯,
나는 바둑판에 한 수 한 수 바둑돌을 올려놓을 것이다."
이 책은 이세돌 9단의 어린시절과 지난 18년 남짓한 프로기사 생활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처음 책을 클릭하여 주문할 때 바둑 세계 1위인 인물의 삶이 궁금해서였고 1위에 걸맞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지 안을까하는 기대에서였다. 책을 읽어보니 역시 세계 1위는 바둑만 잘 두어서 되는게 아니었다. 내 마음을 다스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바둑실력 못지 않게 중요했다. 이 책은 그런 노하우와 좌충우돌한 자신의 마음 수련기가 담겨있다. 따라서 이 책의 부제를 -내 마음 다스리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1, 책의 초반:
어렸을 적 비금도 생활, 바둑입문과 수련, 나의 아버지 그리고 그분의 철학과 교육, 서울유학생활, 프로입단, 방황, 아버지의 부고, 2000년 LG배 결승전 패배, 2003년 LG배 우승기 등이 연대기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유년기에서 세계적 천재 뒤에 아버지의 교육과 열정 그리고 아들에 대한 부정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입단, 2000년 LG배 패배, 절치부심 후 2003년 LG우승에서는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코 바둑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어떤 분야에도 적용 될 수 있는 훌륭한 교훈이 될 것이다.
2, 책의 중반:
이세돌의 프로인생과 철학이 담겨 있다. 프로입문 후 부진, 2000년 LG배 결승전 패배, 2003년 LG배 우승, 연이은 세계 우승 후 자만과 이에 따른 부진, 중국리그참여와 부활, 정상탈환, 바둑계와의 마찰과 휴직, 복귀 후 정상으로의 귀환등 일련의 사건속에서 바둑기사이자 인간 이세돌의 바둑적, 정신적 성장기와 그 노하우를 살펴 볼 수 있다. 대국 중 잡념이 들면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 수도 있다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유연하게 넘긴다는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이세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은 '쿨'했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여러 방법에서는 철학인의 면모가 느껴졌다. 요다9단의 기보를 보고 쉬운 상대라고 평가절하 했으나 직접 대국해 상대의 '류'를 느껴 본뒤 요다의 실력을 상수로 인정하는 일화에서는 대인배의 풍모가 보였다.
3, 책의 끝내기:
이세돌은 "나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요즘 젊은 기사들은 창의적인 자신만의 바둑을 두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는 멋진 명국을 만들 그때를 꿈꾸면서..." 라고 했다.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J.S. Mill은 말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세돌9단의 생각을 빌려 이렇게 말해 볼 수 있겠다. "한 판의 바둑은 대국자 자신의 기풍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와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들이 최선이어서 승리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만의 바둑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나는 바둑아마추어라서 잘은 모른다. 하지만 이 때에야 비로소 후세에 길이 남을 '명국'이 탄생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