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울 때 유럽과 중국 위주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인도나 현재의 중동지역인 페르시아나 오스만 제국도 있을 텐데 크게 흥미를 못 느낀다고 생각해서인지 흔히 우리가 서양이라고 유럽과 동양의 대표주자 중국에 대해 주로 배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중국과 유럽 특히 로마를 많이 비교를 한다. 중국과 로마가 거의 동시에 통일된 제국을 건설하였지만 중국은 지키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고 로마는 뻗어나가기 위해 가도를 건설하였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폐쇄주의와 사대주의를 바탕으로 관용 아닌 관용을 베풀었고 로마는 잘 알다시피 지금의 미국이 그런 것처럼 힘으로 억누르려고 하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통치해줄 지도자들을 파견하여 식민지화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러한 관용이 있었기에 천년을 넘는 기간 동안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 힘으로 억누르려고 한 진나라나 몽골 제국의 경우 알다시피 나라의 이름은 오래 기억되지만 정작 제국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다지 새롭지 않은 내용이다. 저자는 동시대성에 대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 방법을 택했다. 흔히 4대 문명에 대해 어떻게 동시대에 저렇게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문명이 발달하였을까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은데 종교와 사상에 대해서도 거의 동시대에 - 물론 지금은 10~20년도 상당히 동떨어진 시간이지만 - 위대한 성인들이 등장하였다.
그다음으로 말하는 결핍과 대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잉여 농산물 덕분에 문명이 발달하였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결핍이 문명을 발달 시켰는지도 모른다. 언제 식량이 부족해질지 모르니 창고를 짓고 농산물 보관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책에서는 흔히 신대륙이라 부르는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교통수단으로 오랜 세월 이용한 말의 멸종이라고 한다. 어떻게 영국에서 먼저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는지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모르고 지날 때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을 주제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다룬다. 게르만족의 대이동에 대해 역사 시간에 한 줄로만 배웠는데 유럽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르만족 역시 훈족이라 불리는 흉노족에 밀려 이동했다는 설이 있는데 흉노족을 후에 몽고족의 기원이라고도 말하는데 저자의 말대로 유목 민족인만큼 원체 이동이 많아서 핏줄이 서로 섞이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두루 이야기를 한다. 오늘날 영국이 기를 쓰고 EU를 탈퇴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1, 2차 세계대전 때 서로 대립한 독일 때문이라는데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 이민족의 역사는 신대륙이라 불리는 아메리카나 호주 등을 말하지만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게르만족들에 의해 세워진 독일 또한 따지고 보면 이민족들이 건설한 나라인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난민 문제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게 들어맞는 것 같다. 과거에는 이민족들이 총칼을 들고 위협하기도 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 여기저기에 뿔뿔이 흩어져 살았는데 오늘날에는 뉴스를 통해 생생히 보도되고 있고 저마다 국경에서 통제하는 것이 다른 점은 아닐까. 역사를 뒤바꾼 민족 대이동에는 기후의 변화가 가장 큰 역할을 하였을 텐데 동물들이 건기와 우기에 따라 이동하듯이 사람들도 그렇게 이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동물들은 대량학살이라거나 인종청소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데 인류는 다르다는 것이다. 민족주의라는 것을 내세워 다른 민족들을 배척하는데 첫 번째 소개된 관용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이토록 전쟁을 일삼는 이유 중 하나가 종교라고도 생각하는데 종교란 그 탄생이 지배계층이 자신의 권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관용을 미덕으로 삼는 불교나 다신교인 힌두교가 세계를 지배하지 못하고 이슬람이나 기독교가 맹위를 떨치는 것은 관용을 포기하고 내가 믿는 신 외는 부정하고 전쟁으로라도 포교하기 위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