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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도서] 오늘 뭐 먹지?

권여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먹는 얘기는 또 다른 먹는 얘기로 이어지고, 그러다 유치해진다.

 

  “그렇게 친해진 후 작가들이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누느냐. 대부분 먹는 얘기다. ~ 먹는 얘기에 관한 한 창작촌도 군대나 감옥에 뒤지지 않는다.” (149~150쪽)

 

  작가의 경험은 이제 내게도 상식이 되었다. 오래전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교무실에서 선생들끼리 모이면 전공분야가 다양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지 않냐고. 그랬더니 그 친구 대답이 그랬다. “선생들끼리 모여서 얘기도 잘하지 않지만, 나오는 얘기들도 유치하다” 그때 내가 깨달았다. 세상살이가 원래 유치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음식 이야기에서 벗어나 유치한 세상을 혼자 헤맸다.

 

  김밥을 썰지 않고 통으로 들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에 통김밥을 먹던 기억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과 함께 기억났다. 어머니가 쌌던 김밥은 늘 밥이 많았다. 10개의 김밥을 말기로 시작한 일은 곧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원래의 계획보다 작은 수의 김밥이 되었다. 그러니 김밥은 뚱뚱했다. 그걸 나에게 들고 먹으라고 주었던 어머니였다. 귀찮아서 그랬던 것인지, 늘 무뎠던 칼로 김밥을 써는 것이 싫어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어머니의 얼굴이 기억나면 내가 그렇게도 싫었던 어머니의 단점도 기억난다. 어쨌든 무딘 식칼로 김밥을 썰면 옆구리가 터져 볼썽사나웠다. 들고 먹는 김밥은 믿음직스럽고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났다.

 

  유치한 생각은 이어진다. 작가는 통김밥을 알게 한 분이 숙모라고 하면서 그 숙모가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키가 크고 날씬한 분이라는 기억을 소환했다. 그리곤 삼촌과 숙모의 이혼 이야기가 이어지고, 작가가 서른 살이나 서른한 살쯤 같이 통김밥을 먹었던 숙모와 같이 예쁘고 늘씬한 친구 이야기로 전개되면서 “이제는 서로 만나지 않게 되었는데”라는 말에 생각의 갈래가 생겼다. 그러다 대파잎이 석 삼자로 그려진 파전을 얘기하면서 “요즘 가끔 그 파전과 그 친구 생각이 난다. 그 파전을 팔던 주점도, 그 친구도 지금은 없다.”는 말에 그만 유치 찬란한 길로 빠졌다. ‘작가의 성격이 모난가? 잘 싸우나? 한 번 싸우면 뒤끝 작열인가? 원칙주의자라서 그런가? 고집불통인가? 자기애가 강한가?’ 김밥도 썬 김밥과 통김밥이 맛이 다르고, 파전도 육전도 맛이 좋게 요리하여 먹는 방법을 작가는 얘기하고 있는데 나는 작가가 만나고 헤어진 사연의 근원을 찾아 혼자 헤매고 있었다.

 

  울진의 맛있는 물회를 얘기하는 작가의 글에서도 ‘맛있는’과 비교되는 속초의 물회를 소환했다. 물회를 먹다 보면 항상 국물이 남는다. 그래서 국수사리를 추가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추가된 국수사리를 먹다 보면 그냥 국물이 사라진다. 시원하고 달콤하고 새콤한 물회 국물을 남기는 경우가 없다. 그게 물회의 맛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런데 지난번 속초 유명한 물회집에서는 국물에서 매운맛이 심했다. 된장을 섞은 듯 국물의 색도 번잡했다. 결국 국수사리 추가도 시키지 않았고 국물은 그대로 남았었다. 맛있는 작가의 물회 글에 맛없는 물회 국물을 떠올린 것도 유치한 나의 뒤끝일 것이다.

 

  “말린 생선은 각기 그 맛이 얼마나 오묘하게 다른지” (226쪽) “생선을 말리면 살이 단단해지고 깊은 맛이 난다” (228쪽)며 삐뜩삐뜩 말린 생선이야기에서도 그랬다. 갑자기 말린 생선에서 중학교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모두 동식물의 시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때 교실 안의 모두가 감탄사를 터뜨리면서 사실에 동의했었다. 그래도 시체와 음식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작가의 맛있는 음식 이야기에 시체가 떠오른 것도 유치했다. 하지만.

 

  “집밥이 무조건 맛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임에는 분명하지만, 옳지는 않다” (207~208쪽)라는 말에 그만 공감하고 정신을 차렸다. 유치한 짓은 나이가 들어도 고쳐지지 않는다. 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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