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지혜의 습관
무엇이 그들을 강인하게 만들었는가 / 김정완 / 좋은 습관 연구소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해지펀드로 유명한 조지 소로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대인. 이들에게는 뭔가 다른 점이 있는가?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던 저자는 운명의 책 한 권을 만났다. 유대인 교육서였다. 유대교육의 비밀을 알고 전하고 싶은 열망에 끌려 한국에 탈무드를 소개한 랍비를 만나고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며 탈무드의 실체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유대인 랍비에게 직접 하브루타(탈무드를 공부하는 학습법)와 탈무드를 공부했던 저자는 이제 그 비밀을 풀어놓는다.
유대인을 강인하게 만든 지혜의 비밀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그 비밀을 토라와 탈무드 공부를 통한 그들의 ‘습관’으로 정리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이 책을 낸 출판사 또한 <좋은습관연구소>이다.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강력한 일회성의 무엇이기 보다는 매일매일 실천하는 작은 습관이다.
유대인에게 습관을 이끄는 바탕은 율법과 계명이다. 생소한 유대교에서 나오는 특별한 이야기들일 것 같지만,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정직, 자선, 공정, 절제, 감사, 청결 등의 보편적인 것들이다. 이에 더하여 눈에 띄는 것은 공부와 돈에 관한 습관이다. 저자가 최고의 습관으로 책의 제일 앞머리에 제시한 ‘질문의 습관’은 질문이 쏙 빠져있는 우리의 교육에서 꼭 배워야 할 점이다. 유대인들이 책을 읽는 목적은 정보나 교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유대인의 성공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하브루타 학습법(동료와 질문과 토론을 통해 공부하는 학습법)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다.
유대인은 ‘돈’에 관해서도 다른 민족이나 종교의 가르침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을 한다. 유대인에게 돈은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고 하나님이 나에게 맡긴 재물이다. 돈을 번다는 것은 이웃을 섬기는 행위이며 막대한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에 대한 교육은 ‘자선’에 대한 교육과 함께 한다. 영적 성숙의 기반이 되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돈을 신실하고 정직하게 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경제 교육을 받는다. 자녀가 용돈을 스스로 관리하고 저축하며 자선하도록 하고, 성년식 후에 남는 비용도 자녀 스스로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여 관리하도록 한다. 스스로 경제적 주체가 될 소양을 어릴 때부터 길러온 유대인들이 창업이나 여러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을 거둘 확률이 큰 것은 당연하다.
책은 유대인의 전체적인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율법을 따르는 모습, 기도 습관, 가정 문화, 공동체 규율 등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런 작은 습관이 이어지면 부와 성공은 따라올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추방되어 세상을 떠돈 유대민족이 다시 나라를 세우고 이렇듯 주목할 만한 민족으로 우뚝 설수 있었던 것은 저자도 지적했듯이 고난의 역사를 잊지 않고 한 공동체로서 서로를 보살폈기 때문이었다. 고리타분한 옛 율법을 고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시대에 따라 다시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공동체의 습관을 실천하여 왔기에 강인한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다. 노예나 포로로 팔려간 유대인들을 스스로 구하기 위한 ‘비드온 슈바임 자금’이라는 아름다운 공동체 기금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스라엘에 못지않은 고난의 역사를 겪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과거는 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되었는지 생각한다. 권세를 쥐고 있는 이들만이 아니라, 여성이나 사회 약자, 젊은이들도 따르고 보존하고 싶은 아름다운 가치들이 있었다면,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