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음식을 공부합니다

[도서] 음식을 공부합니다

주영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음식의 기원이력문화역사에 대해 인문학적역사학적으로 연구 및 탐구한 내용책 제목이 알려주듯 음식에 대해 공부하는 책이다흥미 위주의 단순한 책이 아니다책을 읽으며 생각했다작가님진심이시구나!! 거의 논문 뺨치는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대상을 특정 계층으로 한정했다관련 전공 대학생과 대학원생이거나음식 관련 프로그램 작가음식 칼럼니스트 등 음식을 학문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다고 밝혔다물론 음식에 진심이라면 이 책을 읽어도 좋다음식 이야기를 듣고말하고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어렵거나 까다로운 책은 아니니까.

 

35년간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며 음식인문학자임을 자부하는 저자주영하 선생님그가 여기서 다루는 음식은 다음과 같다라면아이스크림막걸리불고기두부냉면배추김치잡채전어떡국비빔밥짜장면총 12가지의 음식들이다음식을 공부합니다는 다름아닌 이 음식들의 컬처&히스토리에 대한 내용이다우리가 익히 아는 대중적인 음식들누구나 다 아는 음식이지만정작 이 책을 읽다보면이 음식들이 가진 사연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랐을음식의 이력들이 낱낱이 밝혀진다.

 

무엇보다도 음식에 대한 작가님의 집요한 열정과 노력집착을 알 수 있었다세상에라면의 기원을 알기 위해 기원지라 알려져 있는 란저우까지 찾아간다그리고 인스턴트 라멘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란 사람이라 알려져 있는데이를 확실하게 검증하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안도의 고향인 타이완에 가서 그의 친척을 만나고 일본 문헌을 뒤지고 중국 선양에서 조사를 한다치밀한 조사 끝에 낸 저자의 결론은안도가 인스턴트 라멘의 대중화를 연 사람은 맞지만, ‘라멘이란 단어를 개발했다고 보기엔 어렵다이다.

 

또한 저자는 사료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고문헌이라 해도 비판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중국 대부분의 책이나 웹사이트에서는 두부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중국 한나라의 왕족 유안이라고 나온다하지만 저자는 사료의 진실성에 대해서 엄격한 분석 및 검증을 거친다그 결과 두부는 당나라 후기 중국 대륙의 북방 유목민과 남방 농민의 교류가 잦은 과정에서 탄생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교류를 하면서 치즈 만드는 방법에 착안하여 두부를 발명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꼼꼼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 및 현장 검증으로 인해내용이 신뢰성이 있다카더라 식의 미확인된 내용은 처음부터 철저하게 제외하고확실하게 검증된 사실만을 다룬다그렇기 때문에 확실하게 믿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내용 중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을 정리해본다.

 

 

 

 

 

1. 한국 최초의 라면은 삼양라면이었다삼양라면이 최초로 출시되었을 때 반응은 완전히 냉담했다왜냐하면당시 소비자들은 라면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라면이 라면(羅棉)’, 곧 옷감의 한 종류로 여긴 사람도 적지 않았다(p27)그래서 삼양식품은 광고 전략을 바꿨다. ‘즉석 삼양 라면에서 즉석 국수 삼양 라면으로이 마케팅 전략은 대성공이었다라면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이 있은 후로 오늘날, ‘라면을 옷감으로 착각하는 소비자들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2. 예전만 해도 오래된 요리법가령 조선시대 요리책에 나오는 요리법을 찾으려면 도서관의 고서실을 방문해야 했다고 한다지금은 훨씬 편해졌다. ‘한국전통지식포탈’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음식 이름을 입력하면 논문향토음식전통식품생활기술 등으로 분류된 자료가 뜬다(p68). 사이트의 주소는 www.koreantk.com 이다이렇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여러 관련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서다선구자적 역할을 하셨던 이성우 교수님을 비롯특허청 연구원들에게 감사드린다.

 

3. 왜 숯불에 구운 불고기가 맛있는지 아십니까그 이유는 숯불에서 나오는 복사열’ 때문입니다이 복사열이 고기 표면에 얇은 막을 만들어 육즙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합니다그래서 숯불에 구우면 육즙의 감소량이 적고 연해지는 정도도 다른 불판보다 좋습니다(p74).

 

또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로, ‘맥적(貊炙)’이 불고기의 기원이라고 하고 있다한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맥적을 불고기의 기원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최남선이며그가 근거로 인용한 중국 문헌은 기이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소설에 가까운 책이라서 신뢰성이 없다는 얘기다또한 어떤 음식 칼럼니스트는 불고기가 일본의 야키니쿠에서 왔다고 주장했다는데저자는 이를 부정한다오히려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불고기가 일본식으로 변용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저자의 연구에 따르면불고기는 1930년대 평양에서 시작되었다평양에서 유행을 탄 불고기는 중국 선양 및 베이징에선‘ 카오뤄가 되었고일본에선 야키니쿠가 되었다그리고 한국전쟁 때 평양 사람들이 피란왔을 때 평양식 불고기를 서울에 전파했다는 것이 저자가 추적한 불고기의 역사.

 

이로써 확실한 사실불고기는 우리나라 음식이다!!

 

4. 1970년대 잡채 요리법 중 재료에 맛난이라고 있다여기서 맛난이란인공조미료 MSG를 가리킨다고예나 지금이나 MSG는 필수?

 

옛날과 오늘날의 잡채는 재료가 다르다지금은 잡채라 하면 당연히 당면이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하지만 예전의 잡채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또한 소스로 겨자즙이 많이 쓰였다고 한다오늘날 양장피의 맛과 비슷했을 거라고잡채에 당면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부터다또한 잡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진간장은 19세기 후반에 개량된 일본식 간장이다진간장이 일본식 간장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조선간장이 단맛보다 짠맛이 강한 데 비해진간장은 짜면서도 단맛이 강하다(p161). 일본식 간장이 들어왔을 무렵인 일제 식민지 시기엔 일본간장이 환영을 받지 못했다조선인의 입맛에는 일본인 간장이 달기만 할 뿐 깊은 맛이 없었기 때문이라고(p162). 그러나 지금은대부분의 요리에 진간장이 들어간다어느새 우리는 달달한 일본식 간장에 익숙해져버리고 만 것이다.

 

5. 1월 1일 설날이 되면 당연하게 먹는 떡국한데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근래에 생긴 것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떡국을 먹으려면 집에서 불린 멥쌀을 떡집으로 가져가야 했다그리고 그 이전에는 가래떡을 직접 만들어야 했다떡집이 없었기 때문이다책에는 가래떡을 만드는 과정이 소개되어 있는데시간도 힘도 많이 들어서 매우 번거롭다.

 

그래서 떡국은 대중적이지도명절 음식으로 선호되지도 않았다조선 시대서울 지방에만 한정해서 설날에 떡국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나 오히려 만둣국이 더 선호되었다기록을 살펴보면 조선 서울 사대부들은 설날 음식으로 만둣국을 먹었다그러다가 만둣국이 떡국으로 바뀌고서울의 풍습에 따라 지방의 사대부 집안에서 떡국을 먹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대부 집안에서나 먹었지 서민은 아예 먹지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쌀이 워낙 귀했어야지). 떡국은 본래 서울 지역의 설날 음식이었다(p207).

 

오늘날 전국적으로 떡국이 명절 음식이 된 까닭은 1970년대 정부의 캠페인과 언론 홍보 때문이었다또한 쌀 생산 및 공급의 증가공장 시스템의 도입 등의 요인 등이 떡국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지금이야 흔하게 먹는 음식이지옛날엔 떡국이나 국수나 귀한 음식이었다.

 

시대의 변화와 역사적 흐름에 따라 풍습과 관습이 바뀌는 과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제사 또한 그 대상에 해당하지 않나제사 또한 역사적으로 원래부터 있었던 고유의 관습이 아니었다역사를 따져보면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유교적 관습에 불과하다제사 또한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 합리적으로 개선?변화해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

 

1. 자료 및 문헌조사현장검증은 어떻게 보면 연구자로서의 기본 소양이다한데 저자의 경우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저자는 김치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는데그 과정에서 직접 김치를 담갔다아무리 문화인류학적 음식 연구라고 해도 직접 요리를 해봐야한다며(저자는 남자다). 작가님리스펙트!

 

 

 

 

2. 앞서 이 책의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지만저자는 이 책 또한 확증편향으로 읽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저자 또한 사료를 놓치거나잘못 읽거나오독을 할 수 있다고에필로그에서 교자의 유래에 대해서 잘못 알려준 사례를 소개하면서 하는 말이다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이미 조예가 깊은 분야임에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저자의 자세에 존경을 표한다참고로 일본어 교자는 한국어 교자에서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