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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도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저/이시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오래전에 우리는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단계를 통과했다. 그 순수한 물음은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창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어떤 목표를 성취하는 것으로 삶을 이해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삶의 의미는 삶과 고통, 고통받는 것과 죽어가는 것까지 폭넓게 감싸 안는 포괄적인 것이었다.” - 본문 p.125~126

 

인간이 죽음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는 경우는 보통 삶의 의미를 상실했을 때이다. 삶의 권태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간에 유한한 인생 속에서 저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해 간다. 하지만 야스퍼스가 명명한 한계상황, 즉 전쟁, 질병, 재해 등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자신이 지닌 삶의 의미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삶 자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마저 포기할 수 있다. 그 어떤 극단적인 처지에서도 놓치지 않을 삶의 의미라는 게 과연 있을까? 있다면 찾을 수 있을까? 찾는다면 가질 수 있을까?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이들에게 그 구체적인 사례가 여기 있다며 당당하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을 드디어 만났다. 바로 이 책이다.

 

신경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2차 세계 대전 중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서 지옥 같은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이 책의 1부에 생생하게 기록했다. 다수의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와 비슷한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상상력이 조금 요구되었지만 그나마 여건이 유사한 20여 년 전 군대 복무 - 저자의 고통에 비하면 아마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 시절을 떠올리며 저자가 처한 입장과 시련을 최대한 저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솟아나는 상실감, 좌절, 충격, 냉담, 혐오감, 모멸감, 무감각 등 온갖 부정적인 정서의 집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위대함의 한 측면을 드러내는 수용소 안에서의 예술과 유머, 상대적인 행복, 세상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구원을 향한 희망에 이르기까지 삶과 죽음의 간격만큼이나 벌어진 극단을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 즉각적인 기록이 불가한 강제 수용소에서 경험 자체를 넘어선 감정과 사색까지 기억해 내고, 이를 타인을 위한 교훈으로 남기고 학문적 발전에 기여한 저자의 초월적인 인내에 경이로운 존경심을 느꼈다.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크고 작은 고통들은 사람마다 상대적이겠지만, 저자의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만큼 극도의 한계에 미치는 경험을 해본 이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이들 중에서 과연 몇이나 될까?

이전의 인생 전부를 박탈당하고 벌거벗은 실존 외에는 남은 것이 전혀 없는 비참함 속에서 삶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저자는 삶에 대한 의지와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모든 육체적 자유를 박탈당했어도 마지막 남은 내면의 자유, 즉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진리를 증언했다. 나아가 자신의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정신치료 요법으로 로고테라피를 창시했다. 그렇게 그의 시련은 시련으로 끝나지 않고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심리학적, 의학적으로 난해할 수 있는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을 이 책의 2부에서 다루고 있는데,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좌절, 노이로제, 우울증, 공허, 신경증, 자살 유혹 등의 치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로고테라피의 핵심 단어를 여기 독후감에 몇 소개하자면 미래, 존재의 의미, 인간 의지, 이상과 사명, 그리고 책임감과 잠재력이다. 이를 삶에 적용함에 있어 명심하거나 유의해야 할 점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인격 수준과 지적 탁월함에 또다시 감탄하게 된다.

 

명문이 너무 많아서 거칠게 요약하는 것조차 어려우니 우연으로라도 이 책을 만난 독자가 주변에 있다면 자기 삶의 의미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눠볼 것을 권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경험할지도 모를 다양한 형태의) 죽음의 수용소에 아직 가본 적이 없으며, 둘째,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절망스런 상황과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제한된 조건 안에서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 것인가 하는 결정에 대한 통찰과 교훈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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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thkang1001

    월리님! 이주의 우수 리뷰에 선정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죽음의 수용소를 소개하면서 삶과 죽음에 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유용한 내용의 책을 소개해 주신 데 대해서 깊이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02.01 23:02 댓글쓰기
  • 월리

    다른 분들의 우수한 서평을 보고 주눅 들었었는데, 그럼에도 꾸준히 독후감을 작성하다 보니 이런 행운도 따르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읽고 열심히 소개하겠습니다.

    2023.02.02 18:23 댓글쓰기
  • Have a book night

    어렸을적 읽고 극한의 상황속에서도 역경을 이겨내는 빅터 프랭클의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2023.02.02 23:3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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