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저는 치킨 마니아였습니다. 저와 치느님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동네 입구 사위들이 꼭 가야 한다는 처★집 앞을 지나갈 때 저는 그냥 가지 않았습니다. 앞에 서서 닭기름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양념의 짭조름한 맛을 상상했습니다. 간판 밑에 박힌 전화번호를 외우며 걸어가곤 했습니다. 틈을 엿보며 엄마의 기분이 좋을 때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방 안을 뒹굴었습니다. 반반 무마니!를 외쳤습니다.
비닐봉지에 싸인 치킨을 꺼낼 때부터 위장은 요동쳤습니다. 얼른 먹어라, 마음껏 먹어라. 저는 그 명령에 충실했고 항상 먹고 나면 체했습니다. 먹고 나면 후회했습니다. 체하고 약 먹고 손 따고 드러누워서 숨을 몰아쉬고. 반복이었습니다. 냄새를 그리워하고 먹고 체하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으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제 사람들은 먹을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전혀 몰라요. 먹을거리는 합성물도 아니고, 연구실에서 만들어지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재배해야 해요. 농부들한테 무엇을 재배할지 요구하는 쪽은 바로 소비자인데, 정작 소비자들이 마치 농부들이 원해서 그렇게 했다는 식으로 나올 때가 제일 불쾌합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먹을거리를 원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키운 겁니다. 방목으로 키운 닭이 낳은 계란을 원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더 말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닭장에서 닭을 키우는 거대한 축사에서 계란을 생산하는 쪽이 더 싸게 먹힙니다. 그게 더 효율적이에요. 다시 말하면, 더 지속 가능하다는 뜻도 되지요."
닭들은공장식 축산의 방법으로 대량으로 값싸게 키워집니다. 24시간 불빛이 환한 닭장에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곳에서 항생제를 맞아가며 알을 낳습니다. 이 책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닭을 도축하는 KFC에 수차례 문의를 합니다. 어떻게 도축을 하는지 궁금하다고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간편하게 전화를 걸어 주문해 먹었던 닭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살았고 죽음에 이르렀는지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고 불쌍한 닭들, 불쌍한 돼지들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돼지들은 똑똑합니다. 지저분하지도 않습니다. 비좁은 축사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더러워 보입니다.
냉장고 옆면에 붙어 있던 치킨집 쿠폰을 아는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부들부들 손이 떨렸지만 결심을 한 저로서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신발장 안에 숨겨 놓은 음식점 책자들도 버렸습니다.(문 앞에 책자들을 붙여 놓고 가긴 하는데 그럴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고 버립니다.) 치킨을 시켜 먹지 않겠다. 결심한 지 1년이 흘렀습니다. 주말 저녁 배달 오토바이가 아파트 안을 질주할 때 엘리베이터 안에 떠도는 양념간장 맛의 치킨의 향기를 맡을 때 결심이 흔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아무 곳이나 펼쳐 소리 내어 읽습니다. 내가 먹는, 먹고 싶은, 먹었던 동물들은 안녕히 지냈는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먼저 했던 방법은 채식이었습니다. 혹독하고 높은 단계인 비건으로 한 달을 살았습니다. 우유를 끊고 시금치를 먹으며 콩나물과 두부로만 밥상을 차렸습니다.
곡물 재배에 사용되는 1에이커 토지는 육류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보다 5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콩류(대두, 완두 콩, 렌즈콩)를 심으면 10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고······시금치를 심으면 쇠고기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에 비해 무려 26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곡물 재배에 사용되는 1에이커 토지는 육류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보다 5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콩류(대두, 완두 콩, 렌즈콩)를 심으면 10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며, 잎이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고······시금치를 심으면 쇠고기 생산에 사용되는 1에이커의 토지에 비해 무려 26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부딪쳐대는 전차 안 구석 자리
움츠려 앉는
어젯밤 오늘 저녁 가엷은 내 신세여"
먹는 즐거움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하나지요. 무언갈 참아내야 한다는 것, 결심을 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육식의 음식이 내는 소리는 다양하지요. 청각은 미각으로 옮겨져 어느새 침을 삼키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동물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이시카와 타쿠보쿠의 시선』을 읽으며(이 책을 얼마나 찾았는지요. 한동안 절판돼서 구할 수 없었을 때 서점 안 시집 코너 앞을 매번 서성거렸습니다. 발견했을 때 우왓!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머 이건 사야 해!) 짧은 생애를 살다간 시인이 쓴 삶의 편린들을 읽으며 이 세계의 울부짖음과 고통, 슬픔을 생각합니다. 나의 기쁨은 누군가의 눈물, 한숨, 불면증이라는 것을요.
김중혁의 소설 『나는 농담이다』의 주인공, 백 퍼센트 코미디 클럽에서 코미디를 연기하는 송우영은 어머니의 죽음을 겪습니다. 자신도 알지 못 했던 형의 존재와 그의 죽음도 알게 됩니다.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제가 코미디언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게 바로 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말해 드리죠.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 잘 들으셨나요? 별 얘기 아닌 것 같죠? 저한테는 무척 중요한 말입니다."
내가 살려고 먹는 음식은 죽음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배달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걸 잘 몰랐습니다. 조금 더 많이 먹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들을 늘리려 했고 많이 가지려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기름진 것 먹고 화려한 옷 입고 사는 게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는 농담인 동시에 진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