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오가다 자꾸 눈길이 갔던 책이다. 제목이 다소 야시꾸리하면서 도발적이라 그랬든지,
아니면 제목 조렇게 해 놓고 딴청이겠거니 하면서도 김정운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딴청피울 것인가
하는 궁금증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 남자들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
5월달 러시아행 비행기 안에서 읽어야지-사실은 러시아에 있는 후배가 딱 좋아할 스타일의 책이라
선물로 샀는데 읽고 주려고...-했는데 영화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못읽은 것이 닦다가 만 것 같은
상쾌하지 못한 기분이 계속들어 단숨에 읽었다.
전반부는 김정운의 잡설이다. 그의 글을 비하하기 위한 '잡'이 아니라 본론에 들기전에 40대 남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감내해야할 사소하고 큰 일들에 대한 김정운의 생각과 약간의 전문가적 견해를 더한
생활양념 같은 글이다.
후반부는 방문 + 대담 후 '그 남자의 물건'에 얽힌 사연과 그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편집도 딱 잘라 전혀 다른 양식으로 나눠놓았다. 이민영교수가 '그 남자들의 Show & Tell'이라고 한 것처럼
오랜세월 아껴 왔던 하나의 물건이나, 특정 카테고리에 드는 물건들을 끝없이 수집하여 양적/질적으로
상당경지에 이른 '물건'들과 그 것을 소유한 유명인사들의 세상 견뎌온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단순히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김정운의 이야기속에서 갈리고 삮혀서 해설양념을
토핑한 다음에 서빙된다. 그래서인지 단순한 '카더라'가 아니라 '그 남자의 물건'이란 제목을 가지고
흥행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비슷한 연배라 편안하기도 한 반면, 콕찝어 들어오는 태클에는 흠칫거리기도 한 시간들이 즐거웠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SHOW & TELL 할까? 요번 주말에는 한여름 내내 묵혀뒀던 바이올린 꺼내 광좀
내야겠다...곰팡이 피지 않았을까? 나와 함께 신산한 삶을 함께 뚫고 온 '이 남자의 물건'은 뭘까?
내가 알아주지 않아 집구석 어딘가에서 곰팡이 옷만 입고 쳐박혀 있진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