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한 마리 기어간다.
느리게 가는 저 벌레는
속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삶이 결코
속도에 의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벌레가 아는 만큼 나 또한 알고 있는 것일까?
남보다 빠른 속도로 왔던 것들이
남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공간에
느리게 기어서 생을 채우는 것들이
온몸 밀어 바닥이 된다.
객관적인 시간과 주관적인 시간 틈에서
씨줄과 날줄로 교직되는 비어 있는 저 공간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한쪽에선 태어나고, 한쪽에선 사라지며
가난하거나 부유하거나, 아니면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