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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한 마리 기어간다.

느리게 가는 저 벌레는

속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삶이 결코

속도에 의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벌레가 아는 만큼 나 또한 알고 있는 것일까?

남보다 빠른 속도로 왔던 것들이

남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공간에

느리게 기어서 생을 채우는 것들이

온몸 밀어 바닥이 된다.

객관적인 시간과 주관적인 시간 틈에서

씨줄과 날줄로 교직되는 비어 있는 저 공간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한쪽에선 태어나고, 한쪽에선 사라지며

가난하거나 부유하거나, 아니면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모든 것들이

공평하게 등 눕히는

구멍 난 저 바닥을 우주라고 부르는 것일까?

가쁜 호흡으로 오체투지하거나

적멸의 틈새 끼어 두 손 모으며

기도하는 그 순간 우린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어디로 연결되는 것일까 우리는?

세상 모든 생명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비릿한 저것들은 어디를 윤회하다 돌아오는 것일까/

 

 

                                                            -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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