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인간이라고 꿈꾼다면
나는 나무라고 꿈꾼다.
한 생을 서 있어도 바닥에 닿지 못한
사막은 오래된 꿈이고
미래는 지나간 희망이다.
목마른 것들은 저마다 삶의 바깥에서 배회하고
숨죽인 것들과 목말라하는 것들 틈에서
거듭되는 생명들이 윤회한다.
누가 아픔을 느낀다면
우주 전체가 아픈 것이다.
천천히 나는 그것들을 배운다.
나의 학습은 존재의 허기
설령 당신이 배고프지 않다 해도
허기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을 뿐
떨어지는 물방울이 대양의 부피를 확장시키듯
나뭇잎 하나가 떨리면 존재계 전체가 경련한다.
혹시 귀뚜라미나 하늘소 같은
곤충이 아닌지 스스로를 살펴보라.
자신이 인간이라 믿는 건 자신의 꿈일 뿐
한 마리 벌레가 맞이하는 일몰 또한
우주를 물들이는 석양이다.
-김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