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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를 분다.

혼자서 부는 하모니카 소리 위로 나는

만년설 덮인 산봉우리들을 얹어놓는다.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마음은 더 자주 가고

가령 고원에 피고 있는 양귀비 한 송이를

생각만으로 만들거나

허브 만발한 정원의 향기를 한 생각에 만들어낼 수 있다면

손수건 한장 펴는 사이 날아오르는 마술사의 비둘기처럼

마음만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으로 나는 음표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만년설 덮인 산봉우리를 음계 위에 올려놓는다.

미끄러지는 내 호흡이 만들어내는 기억 속의 비둘기여,

한평생 현기증 나는 인생을 내쉬고 들이마셔 왔던

입술 위의 굽은 코여,

나는 숨 쉬고, 나는 나 자신을 이제야 납득하려 한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을 납득함으로써 비로소

노래 아닌 것들을 노래로 만들려 한다.

우물이 대지의 깊은 고독을 적셔 입술의 기쁨을 만들 듯

만년의 눈길 모아 봉우리 위에 얹어놓으려 한다.

 

                                                                             -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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