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대부분이 그렇듯 이 작품에서도 문란한 성과 혈연에의 집착이 비극의 단초로 작동하는데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인간 본능의 저열하면서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생생한 민낯과 마주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 본능을 이용한 추악한 탐욕과 그 본능 때문에 빚어진 빗나간 애증이 가세하면서 비극은 한없이 확장되고 그만큼 적잖은 인물들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런 탓에 사건이 해결된 쥐에도 긴다이치 코스케는 물론 독자에게 남는 것은 참담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묵직한 회한과 여운뿐이다
등장인물도 워낙 많고 사건도 미로처럼 복잡해서 상세한 줄거리 소개 자체가 불가능한 작품이다 보니 어중간한 서평이 되고 말았는데 그만큼 이 작품은 사전정보 없이 읽어야 제 맛을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비록 사건에 비해 과도한 분량이라든가 사족처럼 보일 정도로 온갖 것에 동원된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트릭보다는 비극 자체에 초점을 맞춘 서사 등 개인적으로론 아쉽게 여겨진 대목들이 많아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마지막 사건만 아니라면 그동안 읽은 작품들에 비해 높은 평점을 주인 어려운 작품이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를 애장해온 독자 입장에서 팔팔한 20대에서 노회한 60대에 이르기까지 산전수전을 겪어온 주인공과 이별해야 한다는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다
이 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지만 긴 세월이 흘러 긴다이치 코스케는 야요이에게 자신의 추리를 확인받고 야오이는 그녀의 수치스러운 과거의 비밀을 없애고 영원한 잠에 빠진다 전후의 암울한 분위기와 인간 밑바닥의 검은 본성들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의 측은지심이 남겨지는 작품이다 전후에 삶에 대한 욕망이 강했기에 인간의 검은 본성도 더욱 드러났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