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막시무스.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 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2000년에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했던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장군에서 검투사로 전락한 남자 글레디에이터(러셀 크로우 역)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을 죽였던 코모두스 앞에서 했던 그 유명한 대사입니다. 이 후 북소리를 시작으로 비장미와 웅장함이 휘몰아쳤던 OST '전투'(영화 속 주요 장면마다 나옵니다.)의 선율이 영화를 더욱 빛냈던 기억이 납니다. OST는 영화의 대성공에 힘입어 골든 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는데 이 곡을 만든 사람이 세계적인 영화음악 대가인 독일 출신의 작곡가 한스 짐머입니다. OST '전투'가 2006년 4월 영국 홀스트 재단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하게 됩니다.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1874~1934)가 작곡한 <행성> 중 제1곡 '화성, 전쟁의 전령(1914)'를 글레디에이터 OST '전투'가 표절했다는 이유인데, 지금도 재판은 진행 중으로 궁금해서 두 곡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어봤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스펙타클한 곡의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법원에서 표절 여부를 판단하겠죠...
비교해 들어 보시라고 두 음악을 올려봅니다.
한스 짐머의 글레디에이터 <전투>: https://youtu.be/kln605W1r3E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https://youtu.be/3OD_HzdZwKk
*출처: 유튜브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김태용의 <영화관에 간 클래식>은 앞서 리뷰 서두처럼 영화 이야기와 함께 영화 속 클래식, 그리고 연관된 작곡가들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언터처블: 1%의 우정>, <슈렉 3>, <글레디에이터>, <미션 임파셔블: 로그네이션>, <암살> 등 우리에게 친근한 22편의 영화 이야기와 함께 영화 속 다양한 클래식 음악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음악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실화에 기반한 영화 속 클래식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로 작년 우리나라에서 퀸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던 <보헤미안 랩소디>를 비롯해 영화 6편을, 2장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 속 클래식에서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했던 애니매이션 <슈렉 3> 등 영화 5편을, 3장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 속 클래식은 앞서 설명한 막시무스 러셀 크로우의 <글레디에이터>를 비롯해 우리에게 친숙한 톰 크루즈의 <미션임파셔블: 로그네이션> 등 영화 6편을, 4장 드라마틱한 영화 속 클래식은 전지현, 하정우 주연의 일제 시대 무장 독립 투쟁 영화인 <암살> 등 5편의 영화 이야기와 영화 속 클래식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장에 상관없이 이미 관람했던 영화부터 읽으셔도 무방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22편 중 8편만 관람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보지 못한 영화들을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물론 이미 본 영화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첫 번째, 흥미로운 영화 이야기입니다. 영화 포스터를 통해서 영화의 기본 정보 뿐 아니라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영화 줄거리 요약과 함께 영화 속 주요 이야기를 통해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남자의 동거라는 주제로 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상위 1%의 장애를 가진 백만장자 필립과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와의 만남(간병인)을 시작으로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백만장자 필립의 생일을 위해 개최되는 클래식음악 연주회를 통한 두 사람의 상반된 관심사를 흥미롭게 보게 됩니다. 필립의 생일 때 우리에게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 등 7곡의 클래식음악이 나옵니다.
두 번째, 영화 속 장면에서 나오는 클래식음악과의 연관성 찾기, 작곡 배경과 함께 관련 클래식음악과 작곡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합니다. 브레드 피트 주연의 <얼라이드>는 스파이로 만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정부기관의 거센 압력에 저항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두 사람의 목표였던 독일 대사를 암살하는 긴박한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 독일 국가인 <독일인의 노래> 멜로디로, 독일 국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독일 국가는 원래 하이든이 당시 오스트리아가 프랑스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을 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란츠 2세를 위해 만든 <황제찬가>였다고 합니다. 이 곡은 우여곡절 끝에 1952년 3월 서독 정부에 의해 3절 가사만 국가로 승인되어 지금까지 불러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이든의 <황제찬가>보다는 독일이 월드컵 축구경기에 나올 때마다 독일 국가로 자주 접하는 곡입니다.
세 번째, 클래식 용어, 작곡가 등에 대해서 주석을 달아 추가 설명을 해 주고 있어서 클래식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백만장자 필립의 간병인으로 면접을 보러 온 무일푼 드리스의 첫 만남에서 필립이 대화 도중 이야기한 쇼팽,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세 명의 음악가에 대해 주석을 달아 설명해 주는 식으로, 협주곡, 전주곡 같은 장르 설명 에서부터 기본적인 클래식음악의 여러 용어들을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주석을 달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네 번째, 영화 속 클래식음악들이 들어있는 추천 음반을 소개해 주고 있어 영화 속 클래식음악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클래식음반 선택에 도움을 줍니다.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취급해서 45일간 호텔에 강제 투숙하면서 자신의 반려자를 찾아야 한다는 설정의 영화 <더 랍스터>에서 주인공 데이비드(아내에게 버림받았습니다.)가 호텔 투숙 절차를 밟을 때 나오는 베토벤의 현악4중주 등 영화 속 주요장면에 나오는 클래식음악들이 포함되어 있는 명반들을 한 편의 영화 이야기가 끝날때마다 추천해 주고 있습니다.
김태용의 <영화관에 간 클래식>은 그동안 영화의 단순 배경음으로만 느껴졌던 음악들이 유명한 클래식음악들일 뿐 아니라 영화의 주요 장면마다 영화를 더욱 빛내주고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라는 소재를 통해 영화 장면 속 클래식을 설명해 주고 있어서 평소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이라도 영화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읽다보면 클래식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놓쳤던 수많은 좋은 클래식음악들을 알게되었으니 저자가 추천해 준 음반도 들어보고 무엇보다도 클래식음악을 통해 영화의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 <영화관에 간 클래식> 속 영화들을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원앤원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