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는 전통의상을 갖춰입고 한 손에 부채를 촤락~ 펼쳐 균형을 잡는 전통줄타기 모습이 한 줄, 현대의 옷을 입고 자유로운 날개짓으로 줄 위에 서 있는 현대의 줄타기를 그린 줄 하나가 서로 교차한다.
그래서 표지만 보고도 감은 잡았다. ‘줄’을 공통 소재로, 서로 다른 줄타기의 이야기가 교차하겠구나 싶었다. 또 하나 이 책의 주인공도 서로 교차한다. 같은 날 태어나 쌍둥이로 자라긴 했으나, 부모가 다른 쌍둥이 ‘율’과 ‘도’. 한 부모 밑에서 쌍둥이처럼 자랐지만, 점점 자라면서 외모든 성격이든 취미생활이든 뭐하나 닮은 점이 없는,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이 둘은 ‘줄타기’라는 취미 활동을 시작한다.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혼혈인 ‘도’는 오히려 이를 상쇄하려는 듯 우리의 전통문화를 향해 매몰되고, ‘율’은 서양의 문화를 자유롭게 누린다. 이들이 서로 다른 줄을 타기 시작한 사정과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위태로운 라인 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중심을 찾아가고, 온전한 자신을 느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사실 도에게 줄타기가 취미는 아니었다. '삶의 무게를, 인생이 자긴에게 던져 준 무게를 아무에게도 의존하고 않고 혼자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184쪽)'
‘슬랙라인’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줄타기가 원조였고, 그에 감흥을 받은 독일인이 독일에서 ‘슬랙라인’을 만들었다는 것은 읽으면서도 마음이 뜨끈해졌다. ‘줄타기’ 보유국인 우리나라의 국민으로, 슬랙라인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은 손사부와 율의 도전정신과 마음도 흐믓하다. 손 사부의 부상으로 그리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슬랙라인 기술을 익히기 위해, 도의 스승인 어름사니 어른을 찾아가 갖은 구박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연습하는 ‘율’의 모습은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잔잔한 감동이 일게 한다. ‘줄 스승’께 매우는 전통 줄타기 기술 용어들이 제법 나오는데, 그때마다 초록창을 검색하니 그때마다 ‘지식백과(문화원형백과)’에서는 ‘앵금뛰기’, ‘칠보 거증틀기’, ‘겹 쌍홍잽이’와 같은 동작을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자세히 알려주어 반갑고 고마웠다. 우리 전통을 알리고 지키고자하는 곳곳의 숨은 노력들이, 우리가 찾지 않았을 뿐 이토록 만반의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구나하며 또한번 고개가 끄덕여졌다.
많이 접하지 못했던 줄타기에 대한 소재가 참 좋았다. 또한 자신의 아이와 같은 날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여 아낌없는 사랑으로 그들을 키워내는 부모의 이야기도 따뜻했다. 어름사니 어른의 줄에 대한 철학과 인생도 엿볼 수 있었고, ‘율’과 ‘도’의 찐한 형제애와 그들의 첫사랑들도 가슴을 설레게 했다. 방식은 서로 다른 줄타기이지만, 결국엔 같은 무대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줄타기 공연도 상상에 흥을 돋웠다. 그리고 목표를 정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뭔가를 해내기 위한 그들의 좌충우돌과 노력의 과정 또한 사랑스럽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들을 짜임새있고 기품있게 엮어낸 작가의 글솜씨도 대단하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