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초예측>은 독서의 폭이 좁은 나도 이름은 아주 많이 들어 본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아주 유명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 미래 세계의 변화와 그 대처 방안에 대해 나눈 인터뷰 모음집이다. 미래를 규정할 만한 키워드들이 많지만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변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가 기획 의도인 것 같고, 앞에 실린 두 학자와의 대담은 그 의도가 비교적 잘 구현되고 있는 듯하지만 뒤로 갈수록 각각의 학자에게 던진 질문의 무게만큼의 답변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뷰어가 일본인이다보니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는 문제들과 연결지어 해석하려는 태도다 매 장마다 있어 아쉽기도 하나, 우리나라의 많은 분야가 일본에서 먼저 겪은 문제들을 1~20년 후에 그대로 답습해왔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그것이 아예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구어로 진행된 인터뷰이기 때문에 문외한이 읽어도 이해에 어려움을 없을 만큼 내용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실 미래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또 인간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나는 어떤 인간을 길러내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은 계속 고민해왔다. 분명 지금 이 상태로 정년까지 갈 수는 없을 것이고-정년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특히 주입식, 강의식으로만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미 수명을 다했음에도 마치 좀비처럼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석학들이 제시한 미래 사회의 변화상을 조금씩이라도 보면서 나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어 그런대로 유익한 독서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허구를 실제라고 믿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허구를 수단이나 도구로 보아야지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전쟁을 벌인다든가, 돈이나 기업의 이익 같은 것을 목적으로 삼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허구를 활용해 힘을 얻는데 뛰어난 소질이 있으나 힘을 행복으로 전환할 줄 모르는 것이 현재 사회의 비극의 원인이라고도 지적한다. 또한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21세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세 가지 위기로 핵전쟁, 지구 온난화(기후변화), 과학기술에 의한 실존적 위기를 꼽는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발달이 초래할 무용계급의 양산 또한 전세계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러한 위기는 국제적인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망이 암울하다. 모두 인간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결과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만 낙관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하라리는 인간의 어리석음만큼이나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지혜 역시 작동해 왔으므로 희망을 잃지 말자고 격려하며 죽을 때까지 자신을 바꿔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수렵민족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지성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막론한 횡단적 연구에서 온다고 하라리는 말하는데, 재러드 다이아몬드 역시 그러한 삶을 살아온 학자이다. 생물학과 생리학, 진화생물학, 조류학, 인류생태학, 지리학까지 두루 연구하며 엄청난 지적 능력과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신의 삶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이렇게 창의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학문 간의 경계, 위계, 연구자 간의 연공서열이 더 중시되는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도 많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대담에서 그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와 전통사회가 현대에 시사하는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선진국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데, 그는 기술 발전과 자원 부족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그것이 다행한 일이라는 정반대의 견해를 주장한다. 자원이 무기가 되는 시대에 쓸 사람이 없으면 오히려 강점이 되는 것이고, 고령화된 사회는 고령자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주면 된다는 것이다. 신선하다. 또한 전세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로의 진보에는 반드시 정치적이고 인간적인 다양성이 전제되어야 함을 역설하며 (일본에)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 인터뷰어가 일본인이라서 그랬겠지만, 한국인이었다해도 같은 권고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의 통제방안에 있어 인공지능은 비가역적 기술이므로 초기값 설정이 중요하다는 닉 보스트롬,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인생구조가 붕괴됨에 따라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평생학습에 매진해야 한다는 린다 그래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백인 우월주의의 재부상을 언급한 조앤 윌리엄스 등 미래 사회의 변화와 그것을 초래한 원인들에 대한 고찰이 읽기 쉽게 실려있다. 분야도 다르고 때로는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달리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미래 사회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분야를 망라한 횡단적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그런 말은 누가 못하냐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예언자들의 말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믿고 준비한 사람은 대홍수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 예언을 실현시킬 수도 있었다. 믿고 믿지 않고의 여부와 변화를 준비하는 것은 읽은 사람의 몫이다. 다만 아무 것도 모른채 막연하게 불안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데에 다소간 도움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