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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712

[도서] 글쓰기 좋은 질문 642+71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 저/라이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 최악의 명절 음식

연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을 우루루 데리고 갔던 엄마네 집에서 먹었던 아귀찜이 단연코 1등이다. 싸운 이유도 생각나진 않지만 큰소리가 좀 오가고 분위기가 쌔해질 정도였지만, 친구들도 앉아있고 안주도 다 떨어져서 원래는 맛있게 해주려던 아귀찜을 엄마는 그 상황에서도 씩씩거리며 강행했다. 분명히, 신선한 아귀, 전분, 미나리, 고춧가루, 콩나물 등등 당연히 들어가야 할 재료가 들어갔고 적당한 조리 시간과 적당한 불의 세기가 더해졌다. 그럼 분명히 아귀찜같은 아귀찜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평생 담배라곤 배워본 적 없는 엄마가 만든 그 아귀찜에서는 담배맛이 났다. 내가 만약 흡연을 해 본 적이 없었거나 아귀찜을 태어나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면 평생 아귀찜은 담배맛이 난다고 생각하며 멀리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졌을 것이다. 가끔 우리 아이들의 밥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주는 액상 무기질 영양소(아연, 철분 같은)의 맛을 보면, 흔히 음식에서 느껴지는 짜고 맵고 시고 달고 쓴 '맛'이 아닌 낯선 '감각'이 느껴지는데 그날의 아귀찜이 딱 그랬다. 분명 그날 엄마의 속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팍팍 분비된 대신 그 자리에서 밀려난 철분이나 아연 같은 게 손끝을 통해 음식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손맛은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데도 작용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손맛이라기보다는 만드는 사람의 기분과 마음이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요리에 일가견을 이룬 사람들이 요리에 마음이 담긴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화학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체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 '최악의 명절 음식'을 고등학교 중간고사 '화학1'과목 시험 감독을 하면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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