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안 와 TV를 켰는데 공교롭게도 딱 이 영화가 시작하는 타이밍이었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던 <씬씨티>의 첫장면을 오마주인지 패러디인지 하면서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부분은 그럴 듯했다. 그런데 12시 좀 넘어서 시작한 1부가 온갖 광고에 버무려져 2시가 되어도 안 끝나고, 2부까지 다 봤다간 세시는 훌쩍 넘기겠기에 그냥 자버리는 찝찝한 기분을 남겼으니 OCN이 이 영화의 제목과 같이 나쁜 녀석들같은 짓을 한 셈이다.
<나쁜 녀석들 : 더 무비>는 OCN에서 꽤나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드라마를 두 시간짜리 상업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제약이고 규정이고 없이 감옥에 있는 미친개들을 풀어 더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다는 시원한 대리만족 액션이라는 설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인물들의 설정은 약간 달라졌는데, 그 미친개들과 함께 나쁜놈들을 때려잡는 오구탁 반장(김상중)과 서울 전역을 하루에 한 구(區)씩 때려잡았다는 전설의 깡패 박웅철(마동석)은 그대로 등장하지만 초미녀 사기꾼 곽노순(김아중)과 과실치사로 범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폭력경찰 고유성(장기용) 캐릭터가 추가되었다. 이 넷이 좌충우돌하면서 지하금융과 국내 폭력조직을 장악하고 정치권과 결탁해 이 나라를 마약의 천국으로 만들려는 야쿠자의 음모를 분쇄 아니 주먹으로 때려부신다는 내용이다.
묵직하게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다 때려부시는 마동석의 파워는 여전하지만 다소 순진하고 어리숙한 캐릭터로 만들면서 극의 분위기가 원작보다 가벼워지고 갈팡질팡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쓸데없고 맥락없는 유머는 좀 걷어냈었으면 극에 더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열 편이 넘는 드라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설정만 유지한 거라면 오히려 액션에 더 집중했어도 더 스타일리시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쉽다.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한 미친 개들. 그 중심인 오구탁 반장이 간암에 걸렸다지만, 아무래도 은근슬쩍 간이식을 받은 것 같으니(왜 근데 간암 환자가 아플 때 왼쪽 가슴을 부여잡는지는 모르겠으나....) 마동석이 더 나이들기 전에 속편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의 캐릭터성에 기대는 바 큰 영화이니까.
다만, 주인공 네 사람이 화면에 동시에 잡힐 땐 김아중 누나만 보인다. 당최 데뷔가 언젠데 여전히 이렇게 화사하게 빛나는 장미같은 아름다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