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면서 '무슨 영화가 공상과학 만화 같이 허무맹랑하냐?'는 생각을 하다가 생각을 했다가 접었다. 아. 맞다. 이 영화, 킹스맨이지.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는 제목 그대로, 세계 평화를 위해 음지에서 노력하는 '킹스맨'의 탄생 신화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은 부와 명예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활동을 펼치는데 그 과정에서 부인이 눈 앞에서 총에 맞는 것을 목격한 뒤 그녀의 유지대로 하나 남은 아들을 안전하게 키우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역시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모종의 음모에 의해 벌어진 세계 대전에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슨)가 조국을 위해 참전하겠다고 시종일관 떼를 쓰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입대를 하게 되는데, 영국 국왕까지 나서서 후방으로 전출시키려 하지만 자기 부하와 옷을 바꿔입고 전선에 남는다. 이 모종의 음모라는 부분이 이 영화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인데 영국이 자기 조국을 탄압한데 대해 앙심을 품고 비밀 조직을 만든 스코틀랜드 장교가 운영하는 비밀 조직이 있다. 그 조직의 구성원이 어마어마한데, 마타 하리, 라스푸틴 등의 실존 인물들이다. 저마다 숨긴 목적과 활동 방식은 다르겠으나 일단 표면상으로는 보스의 지령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유럽 전역에 전쟁을 일으키고 영국을 망하게 하려는 과정으로 나아가게 된다. 마치, 악당들만 모아놓은 어벤져스나 저스티스 리그 아니지, 악당이 모였으니까 수어사이드 스쿼드라고 하는 게 맞겠다.
그렇게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사해버린 아들을 생각하며 옥스포드 공작이 슬픔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이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지속적으로 활약(?)하면서 영국이 위기에 빠지자 결국 슬픔을 떨치고 분연히 일어서서! 이들의 본거지를 털어버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킹스맨'을 출범시키기 되었더라~는 옛날 옛적 이야기가 이 영화의 얼개다. 007 시리즈와는 달리 좀 덜 심각하고, 훨씬 맹목적으로 국가주의적인 이 이야기에 라스푸틴의 기행까지 더해지니 영화가 B-급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다만 러시아 전통 무용을 결투에 녹여낸 시퀀스와, 일단 올라는 가는데 어떻게 내려갈지 막막한 산정에서의 아슬아슬한 결투 장면이 액션 영화로서의 정체성과 긴장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