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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영화] 경관의 피

개봉일 : 2022년 01월

이규만

한국 / 범죄,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2020제작 / 20220105 개봉

출연 : 조진웅,최우식,박희순,권율,박명훈

내용 평점 2점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내가 사람을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얘는 딱 보니 이래'라고 속단하는 사람이다. 살아온 세월과 환경과 사람이 다 다른데 한순간의 인상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지나치게 경솔하거나, 자신을 과신해서 주변 사람까지도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경우에도 예외가 있는데, 롯데 자이언츠에 진심인 사람이다. 이 망할 놈의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은, 프로야구 원년에 창단된 팀으로, 지금까지 이름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나머지 하나는 삼성 라이온즈다)이다. 그럼 각종 누적 기록이 명문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것 같지만 우승 횟수가 가장 적은 팀, 정규 시즌 우승이 한 번도 없는 팀이면서 상대방에게 각종 기록을 헌납하기로 유명한 팀이다. 

그러므로, 이 팀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은 이 팀이 결코 잘해서가 아닌 것이다. 고집스러워보일 수도 있지만 그냥 내가 첫 정을 준 팀이라서, 태어나 보니 내 고향의 연고팀이 여기라서 이 팀을 응원하게 된 이유가 가장 많을 것이다. 사실 이 팀을 응원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좋지 않다.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 뿐만 아니라 연봉을 무지막지하게 받으면서도 경기에 졌는데 실실 쪼갠(?)다든지 하는 일로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일은 다반사다. 그놈의 가을 야구에 나가지 못한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팀의 팬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사람은, 내가 마음을 준 사람이 어려운 일에 빠졌을 때 쉽사리 배신하지 않을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반증이다. 그런 면에서 '그렇게나 사람 좋은 사람이 제일 기분이 안 좋은 날은 바로 롯데가 진 날이다'라는 소문이 도는 남자, 조진웅은 영화가 어떻든 간에 일단 개봉하면 봐줘야 되는 의리로 다가오는 이름이다. 적어도 공식적으로 이 팀의 팬이라고 어딜 가서나 밝히는 나에게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경관의 피>는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경찰'의 피가 아니라 우리는 흔히 쓰지 않는 '경관'의 피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전후 3대에 걸친 경찰 집안의 서사를 다룬 소설인데 이 영화에서는 손자 대의 에피소드를 확대해서 가공했다. 광역수사대 에이스인 박강윤(조진웅)은 결국 공무원인 신분에 걸맞지 않게 고급차를 몰고, 고급 수트를 입고, 고급 집(?)에 산다.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경찰 공무원 월급으로는 턱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에게 흘러드는 부정한 돈을 추적해서 경찰 내부의 비리를 뿌리 뽑으려는 감찰계장(박희순)에 의해 원칙에 충실한 젊은 경찰 최민재(최우식)가 내부자로 접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시놉시스는 그럴 듯하지만 이걸 두 시간으로 풀어놓으면 대단히 허술한 구석이 많이 보인다. '범죄를 대하는 경찰의 모든 행동은 합법'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박강윤의 말은 고민할 거리도 안 되므로 일단 경찰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영화에서는 탈락. 전작 <독전>에서 보여주었던 날렵한 턱선은 어디로 갔는지 육중해 보이는 몸에 걸친 수트는 <강릉>에 등장한 지역 유지 조폭들의 고급짐에도 못 미치는 <비열한 거리>의 조진웅을 떠오르게 했으니 스타일리시한 영화에서도 탈락. 박강윤과 최민재가 서로 농담 따먹기도 해 가며 나중엔 콤비로 발전하게 되지만 투캅스랑 비교해도 웃기는 부분 하나 없으니 코믹 영화에서도 탈락.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경찰 조직 내부에 존재하는 실체없는 배후 세력을 폭로하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경찰청 광수대 반장이 사채업자한테 빌린 돈을 갚으려고 직접 야쿠자에게 마약 배달을 하러 가는데 그게 사실은 그들을 잡기 위해 해경과 공조한 함정수사였더라는, 영화 서너개쯤 섞어놓아 오락가락하는 뭐 그런....그러니까 대체 경관의 피란, A형인지, B형인지, AB형인지도 잘 모르게끔 만들어진 영화인 것이다. 

그냥, 이 늦은 시간에도 취객들에게 치이고 몹쓸 놈들에게 찔리고 하면서 피보는 경찰들이 많으니, 혈액형도 헷갈리는 경관의 피는 그저 시간 죽이는 영화로 보고 말자.... 는 교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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