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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관계는 아빠의 말투에서 시작됩니다

[도서] 아이와의 관계는 아빠의 말투에서 시작됩니다

김범준 저

내용 평점 1점

구성 평점 1점

지난 2년간 주말부부를 하면서 주중에 홀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참 힘들었다. 아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이의 성향이 어떤지,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아빠와 끈끈한 관계를 갖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부모가 되는데 그리고 아이들이 아빠와의 유대를 갖는데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음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일과 병행하는 정신적, 체력적 벅참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좋은 아빠가 맞는 건가에 대한 자책이 나를 더 힘들게 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가볍게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마, 내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도 못 했을 거야. 이 정도면 잘 한거지 뭐.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매순간 부드러울 수 있겠어. 같은 말들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려고 아이들에게 또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느니 되는 데까지만 한다는 자세가 몸과 마음을 그나마 좀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자세를 달리하려고 노력해도 일상은 매일 반복, 지속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순간 또 냉정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으로 대하다가 뒤돌아 후회하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아이와의 관계는 아빠의 말투에서 시작됩니다>의 저자는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소통 전문가라고 한다. 저서 목록을 살펴보니 '말투'를 중심으로 서로 간의 관계를 좋게 만드는 법, 그를 바탕으로 업무 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아마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저서에서 자신이 고백하듯 완벽주의적인 성향, 자립적인 성향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늘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잔소리하는 아빠였다고 한다. 마치 남을 웃기기 위해 골몰하는 개그맨들이 집에 가면 무뚝뚝한 사람으로 변신하는 맥락과 같다고 할까.

아이들이 사춘기를 거쳤거나 그 시기를 거치는 시간을 겪으니 이제는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었던지, 이 책은 자기부정과 자기비하, 자책만으로 가득차 있다. 아이들이 고1, 중3, 중1이라고 하니 요즘 젊은 아빠보다는 조금 더 연배가 위인 듯한데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같은 아빠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옛날 아빠같은 언행과 에피소드가 참 많았다. 책의 구조도 "~~와 같은 일이 있었는데 과거의 나는 ~~~라고 말했다. 후회된다. 잘못했다. ~~~라고 말했어야 했다. 모두 내 잘못이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가 반복이다.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순백의 존재인데 아빠가 될 준비도 안 된 사람이 아빠 자격도 없는 행동을 해서 아이들을 이렇게 입다물게 만들었으니 잘못했다는 고백은 두세 줄로 족하다. 오히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아마 자녀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은 아빠들일테고, 그래서 그런 상황에는 ~~ 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거나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훨씬 유용했을 것이다. 아이와의 관계와 대화에 서툴러서 매일 마음으로 반성문을 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반성문을 읽는다고 내 행동을 고칠 구체적인 대안을 스스로 찾게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또한, 최근에 읽은 소설 <페인트>에서도 나왔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모 뿐 아니라 자녀도 부모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반성하고 자녀들에게 접근했는데 대화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때는 또 스스로를 탓하는 악순환의 끝에는 결국 소통의 단절과 끝없는 자기비하가 남을 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평생 그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온 저자이기에 자신의 감정적인 문제보다는 모든 것이 말투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다. 

선물을 줄 때는 내가 주고 싶은 것보다도 상대가 받고 싶은 걸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내가 받고 싶은 것을 받기 위해 먼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역효과가 날 뿐이다. 아빠의 모든 말투가 문제라고 자학하기보다, 굳이 길거나 많은 대화 없이도 자녀와 작은 것부터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아빠와 아이와의 관계는 말이 아니라 함께 서로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자녀와 어떻게 대화해야할지 어렵거나 궁금한 아빠라면, 차라리 이 책 대신 오은영 박사의 최근작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를 읽어보기를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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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요즘 자녀와의 대화 방식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아이 키울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죠^^

    2022.03.01 02:5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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