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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행 회화

[도서] 북한 여행 회화

김준연 글/채유담 그림/허서진 감수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019,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에 쓰인 책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필자들이나 그 지역에 관한 책을 주로 파는 속초의 한 서점에서 구입했다. 기획과 제목이 신선해 눈길을 끌었다. 마치 서점에서 파는 포켓 형태의 여행 영어, 여행 중국어 회화책처럼 구성되어 있다. 호텔에서, 택시 안에서, 출입국 관리소에서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상의 대화를 통해 일차적으로는 생소한 어휘나 표현의 뜻을 알려주고, 그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 저변에 어떤 생각이 깔려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여행자정도로 요약이 가능하겠다. 이런 사람이 북한에 가지 않고도 북한 이탈 주민을 만나면,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실제로 북한 이탈 주민을 만나기 어렵고, 그렇다고 실제로 가 볼 도리도 없으니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간접적으로 접하는, 그야말로 배운 북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곳은 실제와 다른 상상의 공화국이다. 그것은 편견과 무시를 재생산하며, 너와 나를 구분짓는 기준으로서 강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들을 실체로 느낄 수 있도록 훌륭히 돕는 책이다.

북녘에도 사람이 산다. 인터넷(세계와는 차단되어 있으나)을 하고, 스마트폰을 쓰고, 시장 또는 상점에서 물건을 소비한다. 김정은에 대한 뒷담화를 은밀히 나누고 남한의 드라마와 노래를 몰래 즐긴다. 우리와 같은 이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불안한 평화를 연구한 상태로 바꾸기 위해 통일은 반드시 다가와야만 할 미래다. 그러나 그것은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방향이어서는 곤란하다. 공존은, 나의 방식을 너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가능해지는 예술이다.

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는 북한에 대한 교육은 그것과 정반대로 해오지 않았는가. 남한에서 쓰는 말고 주로 어휘의 측면에서 다른 것을 찾고 ? 신기하네? 잘못하면 혹은 시간이 더 지나면 다른 언어가 될 지도 모르겠는데?’라는 위기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남북이 더 멀어지기 전에 공통점을 늘려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그런 관() 주도의 언어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언어와 언중들은 각기 하나의 생명체에 가까우며,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그 형태를 바꾼다. 남북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면, 언중들과 언어는 반드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서 소통에 나설 것이다.

3 형태의 억지스러운 조어보다, 같은 말로 통일한다는 미명 아래 나머지 하나를 압살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변하도록 놔 두면 안 될까. 자녀에게 화를 내는 것은 그가(그를) 독립된 인격으로 보는 대신 나의 소유물이라거나, 미성숙하기 때문에 내 말을 들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남북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존중해야 대화도 가능하다. 북한의 언어를 읽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며, 우리와 다른 면을 확인하고 그것을 수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로부터는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의 학교 교육은 이 다름에 대한 확인에서부터 시작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보다 더 현실적으로 통일의 씨앗을 뿌려가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뭐 남과 북의 사람들이 더 많이 얼굴을 맞대고 만나야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이렇게 아직도 서로 멀리하고 만나지 못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알아보고 조정할 것인지. 그래서, 접경지역 북한이탈주민이나, 조선족들이 사용하는 말을 북한 공식어로 여기는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문화어 기반의 이 책은 무척이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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