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 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트라우마를 가진 퇴역한 군인 프레디 퀠.
프레디는 평화로운 현실로 돌아왔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돈도 없고 가족도 없어 보이는 주인공. 의욕도 없고 고독한 도시 빈민층 생활을 하며 점점 알콜에 의존한다. 몸과 마음 모두 의지할 곳 없는 프레디에게 사이비 종교의 마스터 랭케스터가 나타난다.
몸과 마음을 의지하라고 어깨를 내밀고 곁을 내어준다.
처음으로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람을 만난 프레디는 교주에게 충성한다.
랭케스터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사람을 만나 치료하고 상담도 하지만 어쩐지 공허하다.
자신의 이론에 반박이라도 하는 사람을 만나 강도높은 언쟁이라도 벌인 날이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이 펼치는 이론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때 그의 눈에 프레디가 들어온다.
사회 부적응자면서 부랑자로 보이는 프레디. 훈련과 신체단련을 통해 치료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다. 폭력적이고 골치아픈 사고를 치기는 하나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프레디를 보며 자존감을 회복한다. 마스터에게 프레디는 점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된다.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감독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영화가 난해하여 해석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일반 관객은 물론이고 전문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영화에는 호불호가 있어도 호아킨 피닉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에이미 아담스 주연 배우들의 명연기는 한 목소리로 극찬한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의 매소드 연기.
유명한 감독의 유명세가 아니었다면,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어땠을까.
사이언톨로지, 사이비 종교가 종종 언급되던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쟁이 끝난후 신흥종교의 부활이 모티브가 되었다고는 하나 영화에서의 종교는 수단에 불과한 것 같다. 종교는 그저 프레디와 마스터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도구로 생각된다.
전체를 이끄는 힘은 불완전한 인간과 완전해 보이지만 여전히 불완전한 또 다른 인간의 이야기다.
사회부적응의 부랑자와 사이비 종교의 마스터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합하고 우정을 나눈다.
서로가 필요한 걸 줄 수 있을때, 서로를 가까이 두고 맹목적으로 이끌리지만 어떤 만남도 영원할 수 없다는, 그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만남이 있으면 끝이 있다. 가족안에서의 불화가 어려운 이유는 쉽게 매듭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과 불화의 원인을 끊어내고 어떤식으로든 종결 시킬 수 없어서다.
영화는 인간관계의 유한한 속성을 이야기하는 듯도 보인다.
완벽해 보이는 인간은 있어도 완전한 인간은 없다는 씁쓸한 발견.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면 존경도, 사랑도, 호기심도 줄어든다.
완벽하다는 상상과 기대, 상대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떨어지는 낙차는 크다.
마스터와 헤어짐을 택한 프레디, 마스터를 만나기 이전의 삶과 어떻게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