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 쉽고, 빠르게 읽힌다.
생각보다 어둡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미숙아'로 놀림받던 장미숙의 성장기이다.
아들을 바라는 가난한 집에 둘째딸로 태어났다.
생활력 제로인 시를 쓰는 아버지, 아버지 대신 온갖 잡다한 일로 돈을 버는 엄마.
믿고 의지할 사람은 언니 뿐인데, 언니 마저 사춘기에 접어들며 미숙이를 외롭게 한다.
가족은 나를 지탱하는 기본이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하나의 기준이 된다.
어릴때부터 자라온 성장환경,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가족과의 관계가 한 사람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전부다. 그 생태환경이 올바르지 못할 때 혹은 결함이 있을 때 온전하게 완성품을 기대하긴 어려울테다.
미숙이는 그런 환경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컸지만 부모, 언니,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마음에 병을 얻어 고통 받으며 살거나, 비뚤어지게 크거나 할 수 있지만 일찍 철이 들어버린 쪽을 택한다.
미숙의 눈에 비친 어른은 그저 나이만 많은, 인생을 먼저 산 사람일 뿐이다.
어린 미숙이 바꿀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인정하고, 버티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드라마속 여주인공의 이야기와도 닮아있다.
불우한 환경과 속 썩이는 가족들 사이에서 꿋꿋하고 긍정적인 심성을 유지하며 성실하고 씩씩하게
사는 주인공들, 그들은 공통적으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드라마속 주인공과 비슷한 미숙이의 이야기.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일상의 잔잔함을 끝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복불복으로 벗어나고 싶은 가족을 배정 받았을때 그 상황을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생존에 필요한 방식들을 하나하나 깨우칠때까지,
숨쉴 사람이나 공간을 스스로 찾을때까지
각자가 오롯이 겪어야 하는 생채기가 무섭다.
대체로 평안한 가족을 만난 사람은 행운아다. 감사해야 한다.
소설가 황정은의 추천사가 마음에 들어온다.
"나는 이 책을 미숙아, 계란말이 뺏기지 말고 너 먹어, 누가 빼앗아 먹으면 죽여...
이런 심정으로 읽으면서도 내 것이기도 하고 내게 익숙한 타인의 것이기도 한 미숙함들 때문에
서글프고 부끄러웠다" (책 뒷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