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교사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으로 잠시 함묵증에 관한 건가 했는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보다 흡입력이 강해요'라는 짧은 추천사로 무거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사실 청소년 범죄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상상을 초월해 가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그 피해자가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게 부모들의 일상이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피해자만큼 가해자도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해 버린다. 언제 어디서든 피해를 입을 지 모른다는 불안, 그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온갖 노력에 비해 우리 자녀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만약의 가정은 정말 거의 아무도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피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깊이 염두해 두지 못하기도 한다. 가족과 친구 문제가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청소년 범죄는 쉽게 풀어지지 않는 숙제다.
[침묵을 삼킨 소년]은 꾸준히 청소년범죄를 다뤄온 야쿠마리 가쿠가 가해자와 가해자의 부모의 시선으로 쓴 소설이다. 친구를 살해한 범인 쓰바사 그리고 그의 아버지 요시나가가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 고뇌와 갈등, 그리고 판결 이후의 현실적으로 도래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들 속에서 계속되는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나에게 던져질수도 있는 것들에 대해...
소년은 체포된 직후 계속 침묵한다. 어쩌면 어느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고뇌의 반증이 아닐까. 오랜 침묵 끝네 아빠와 단독면담에서 아들은 '몸을 죽이는 것과 마음을 죽이는 것 중에 뭐가 더 나빠'라며 불쑥 내뱉듯 묻는다. 범죄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보다는 자신이 당했던 고통에 대해 이해받고 싶음이 느껴진다.
이 책은 가해자도 피해자였음을, 그리고 그 부모의 혼란과 고뇌를 구체적으로 다루어간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진정한 속죄, 갱생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러진다. 형을 치르고 출소한 후에도 제대로 한 번 웃어볼 수 없는 하루하루...목숨을 잃게 한 죄값은 무거운 십자가가 되어 계속 지고 갈 수 밖에 없다. 진심의 속죄는 부모라도 대신해줄수가 없고, 일회성일수도 없다.
'계속 생각해야지, 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 주기 위해서 뭘 해야 할지, 무엇이 가능한지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 고민해야지, 아빠도 같이 고민해 줄께'
그래 부모여도 해답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아들과 고민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언론이 무분별하게 노출하는 정보들은 학교 폭력에 대한 불안과 모방범죄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으면서(물론 이 소설 속의 재판놀이가 또 그렇게 취급될 수도 있겠지만ㅜ), 누가, 무엇, 어떻게 보다는 '왜' 즉,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 그리고 함께 하는 이웃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자성을 촉구한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인 [침묵을 삼킨 소년]은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인간은, 부모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가히 이정표가 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