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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1,2 세트

[도서] 풀꽃도 꽃이다 1,2 세트

조정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래도 희망한다"


조정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2016, 해냄)


'일류대학-일류기업취직'만을 성공한 인생으로 생각하는 나라, 
돈과 권력의 힘에 매료되어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찾아볼 수가 없는 부모들과 교육자들이 득실거리는 나라, 
현실을 순응하며 스스로 희망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가엾기만 한 나라, 
혹여라도 용기내어 용트림이라도 할라치면 더 무서운 결과가 도사리는 한국 교육의 현실...
저자는 한국 교육계의 현실태에 대해 작정하고 치부를 드러낸다.
'부모에 대한 초등학생 설문 결과 96%가 최악, 3%는 그저 그렇다, 1%만 좋은 엄마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정말 사실일까?
'설마'하는 의구심이 생길만큼 위험한 상태가 제발 현실이 아니길 바라고 싶을 만큼 섬뜩하다. 씁쓸함을 너머 무서움이 생긴다.

하지만, 이 책은 무너진 공교육의 실태를 고발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지독한 부모와 교장이 아무리 견고한 힘으로 막을지라도 결국은 자신의 꿈을 찾는 가는 아이들이 품고 있는 희망의 힘을 노래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잡초(풀꽃)처럼 꿋꿋히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이라는 교육 신념을 지켜나가며 세월의 무게만큼 더욱 견고해진 참교육을 희망하는 교사들을 찬미하고 싶어 한다. 

물론 어디까지만 사실(고발)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이상)인지 모호하다. 
분명한 건 잔혹한 생태계 한가운데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며,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란 녹록치 않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건 교사 혼자만의 몫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교사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강교민(강력한 교육 민주화의 줄임말이라고 함)은 성적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신념을 (매순간 고뇌하지만) 지혜롭고 힘있게 지켜나간다. 
차별교육에 반대하며 교장에게 항의하기도 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짓밟혀지는 학생들을 변호하기도 하고, 막무가내 학부형으로 힘들어하는 후배교사의 고충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그의 등장에 이순신 장군과 같은 포스가 느껴지고, 그가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왜적을 무찌르는 통쾌함을 맛보게 한다.  
강교민의 사촌동생으로 등장하는 이소정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으로서의 교육정신을 발휘하려 애쓴다. 경력이 많지 않은 여교사가 당면하는 문제도 많지만,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학습가능하도록 최대한 신경 써 주고, 생활바보(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면서도 젖가락질/손톱깍기 등을 못하는 학생)를 없애기 위한 애씀 등으로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을 한 명씩 품어간다. 
이상을 가로막는 높은 벽, 그러나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이야기는 오늘이라도 당장 교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참교육이 실천될 수 있을 거 같은 희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소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있었다. 
형상으로 남아있는 일제식민잔재는 이런 저런 과정으로 하나씩 버리고 있으나, 백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무차별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문화적 사대주의만은 수렁에 빠진 채로 두는 듯하다. 

물론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으리라.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일개일개가 깨어날 때 가능할 것이니.

책을 읽으며 역사, 사회, 경제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되었다. 
전교조가 바라는 참교육, 혁신학교의 성과 등 교육에 관련된 것부터 IMF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임시로 허용한 비정규직이 장기화된 사회경제적 배경과 성적표 게시, 교문지도, 이름표 달기가 일제식민잔재라는 역사공부까지...

저자가 밝히는 책 제목의 의미가 '아무도 모르게 피어나는 길가의 잡풀에서도 꽃이 피어나고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듯 우리 모두가 풀꽃으로 태어나 각기 그 빛을 발하며 삶을 영위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읽으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간에 대한 존중이 깊이 뿌리내려 제발 무모한 사교육 열풍이 식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20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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