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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도서] 긴긴밤

루리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긴긴밤>

루리 글, 그림/ 문학동네

2021년 2월 3일

"코뿔소펭귄 특이하지만 특별한 사랑의 연대 이야기가 재미와 무한한 감동을 준다."

 


 


 

1. 들어가며

 

지구 온난화로 지구상 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다. 그 중에서 몇 년 전 뉴스에서 소개된 '지구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야기는 우리를 반성하게 하고 멸종동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결국'흰코뿔소 수단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인간들의 야생 초원 파괴, 산업화로 인한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무분별한 사냥 등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지구 상에 흰코뿔소는 이제 전 세계에서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 두 마리는 수단의 정자로 만들어낸 수단의 새끼들이다. 그렇게 지구온난화로 동물도, 인간도 죽어가고 있다. 어쩌면 흰코뿔소만이 아니라 인간도 멸종위기에 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비단 동물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아프리카 북부흰코뿔소의 모습>                   

사진 '영국 바크로프트TV' 캡처)/뉴스펭귄
 

그 멸종위기에 처한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새롭게 태어났다. [긴긴밤] 속에서 흰코뿔소 '노든'의 모습으로 말이다. 아마 수단이 살아있었다면 이야기 속 노든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 고단한 눈으로 쳐다본 세상의 모습은 어땠을까. 노든이 죽기 전 펭귄을 바라보던 그 맑은 눈망울, 이야기 속 치쿠가 말했던 정어리 눈꼽만 한 코뿔소 노든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긴긴밤, 악몽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노든은 아기 펭귄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까지 노든이 살아온 이야기들, 아기 펭귄이 태어나기 전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말이다. 나의 존재는 나 한 사람으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삶의 지혜를 말이다.

이제 우리도 또한 긴긴밤, 노든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그 지혜들을 찾아보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코뿔소와 펭귄의 특별한 사랑의 연대와 그들의 모험을 통해 재미와 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들어가며

멸종 위기에 처한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 시작된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하였다. 흰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과의 특별하지만 감동적인 연대와 모험 이야기가 이 이야기를 읽은 어린 독자들을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이 『긴긴밤』은 “압도적인 감동의 힘”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의 엄숙함” “멸종되어 가는 코뿔소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펭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이 책의 작가에 대해 소개하자면, 그림책과 동화책이 너무 좋아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썼다고 한다. 매번 그림책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떨어지기만 했다. 그러다 6년 정도 되던 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작품 활동에 매진한 결과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그보다 먼저 써 두었던 장편동화 [긴긴밤상을 받게 되면서 책을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나에게 이름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 것은 아버지들이었다. 

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나의 아버지들은 모두 이름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들, 작은 알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치쿠와 윔보, 그리고 노든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름에 대한 의미, 그보다 더 중요한 존재의 이유와 자아정체감, 그리고 한 존재를 있게 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 특히 아버지들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꼭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한 존재를 이 세상에 존재하고 살아남게 보살피고 사랑해 준 모든 존재들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희생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장애물을 넘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코뿔소 노든의 인생 또한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 무리에서 자라난 코뿔소 노든, 그는 코끼리 속에서 자신이 '코뿔소'가 아닌 '코끼리'라고 생각하며 자라났다. 하지만 그는 코끼리와 함께 지냈지만, 그의 존재는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코끼리가 아닌 코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p.16-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p.15-


<정들었던 코끼리 무리를 떠나는 코뿔소 노든의 모습>

 

"훌륭한 코끼르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잇다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 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

-p.18-

 

그렇게 코뿔소 노든의 야생에서의 모험은 시작된다. 그는 사랑하는 암컷 코뿔소를 만나 결혼해서 예쁜 딸도 생기고 그렇게 단란한 가족을 이루며 행복한 나날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뿔사냥꾼에 의해 아내와 딸을 모두 잃고 겨우 살아남은 노든은 다시 또 혼자가 되며 절망과 슬픔 속에 잠긴다. 이제 또 그는 혼자다. 혼자만 살아남았다. 


 

달빛은 힘없이 누워 있는 아내와 딸을 비추고 있었다. 진흙 구덩이는 코뿔소의 피로 가득했다. 노든의 딸은 몸 여기저기 총알이 박힌 채 진흙 속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노든이 얼굴로 이리저리 더듬어 보았지만 딸은 움직이지 않았고 노든은 아내에게로 갔다. 아내는 뿔이 깊게 잘려 나간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노든은 아내의 코에 자신의 코를 맞댔다. 노든의 코에 피가 묻었다.

밤보다 길고 어두운 암흑이 찾아왔다.

-p.26-

 

그렇게 노든은 상실과 절망감을 안고 세상과 마주한다. 아내와 딸을 잃은 아픔과 슬픔은 인간에 대한 증오로 돌변했다. 항상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복수할까만 궁리하면서 슬픔의 나날을 보내는 노든을 코뿔소 앙가부는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평생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바깥 세상을 모르는 앙가부는 좋은 인간도 있다면셔, 너무 그렇게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고 하며 노든의 멍들고 다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그런 앙가부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노든은 다시 살아갈 희망을 안고 앙가부와 탈출한 계획을 세우지만, 앙가부 또한 인간에 의해 뿔이 잘린 채 죽임을 당하고 노든 또한 뿔이 잘리게 된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노든의 하얀 뿔은 반쯤 잘려 나간 채였고, 그의 곁에는 더 이상 앙가부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철조망 앞에는 다음과 같은 푯말이 걸렸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을 소개합니다!" 

-p.40-

 

또 다시 노든은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 앙가부의 도움으로 이제 겨우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탈출해서 복수하겠다는 희망도 생겼는데, 다시 또 혼자가 되었다. 혼자만 살아남았다.

자기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혼자가 되어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노든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그 '긴긴밤' 노든은 여전히 잠들지 못한다. 

그렇게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잠들지 못하고 긴긴밤 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본다. 그 별들 속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도 만나고, 마음 따뜻한 친구였던 앙가부도 만난다. 

 

그렇게 이쪽 세상에는 노든의 슬픈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저쪽 세상에서는 세상에서 버려진 한 존재가 있다.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그저 이유없이 버려지고 곧 죽을 운명에 처한 한 존재가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펭귄 치쿠와 윔보가 없었다면 이 알은 버려진 채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노든과 어린 펭귄의 모험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치쿠와 윔보가 온갖 사랑으로 품고 정성을 기울이고 전쟁의 위험 속에서도 윔보의 희생과 사랑으로 이 버려진 알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온 우주가 동원되어야 하듯이 다른 사람의 도움과 사랑, 헌신, 희생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코뿔소 노든과 펭귄 치쿠의 만남으로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각각 살아난은 노든과 치쿠는 서로 연대하여 생존의 길, 희망의 길, 구원의 길인 '바다'를 향해 떠나게 된다. 펭귄 치쿠는 부리로 윔보의 값진 희생으로 지켜낸 소중한 '버려진 알'을 물고서 언제 도달할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바다'를 향하여 길을 떠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치쿠는 '우리'라는 말을 많이 썼다, 노든은 알에 대해 딱히 별 관심은 없었지만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노든은 목소리만으로 치쿠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 치쿠가 더 빨리 걷고 싶어 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 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p.63-

 

그렇게 코뽈소 노든과 펭귄 치쿠는 '특별한 연대'를 시작한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연대 의식 속에서 그들은 비록 생김새와 종류가 다르지만, 마치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는 가족처럼 특별한 동거를 시작한다. 악몽으로 잠 못들어는 노든을 위해서 치쿠는 윔보와 지냈던 이얘기들, 알을 품게 된 얘기들, 다른 펭귄들의 얘기들, 동물원에서 건너 건너 들은 다른 동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쉬지 않고 해 줬다.치쿠의 얘기를 들으면 악몽은 어느 새 사라지고 노든은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삶은 얼마나 야속한가. 죽음과 탄생은 동시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치쿠의 죽음으로 맞바꾼 아기 펭귄의 탄생, 치쿠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 있었기에 아기 펭귄은 태어날 수 있었다. 아니, 치쿠 이전에 다른 모든 존재들의 도움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또다시 코뿔소 노든과 아기 펭귄은 여정을 시작한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그 바다를 향해서, 그 바다에 가면 아기 펭귄도 노든의 꿈도 다 이루어질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보다 더 나은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다. 마치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행복의 파랑새를 찾듯이 그들도 그들만의 바다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한 채, 어떤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인생의 길 또한 이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우리 인생 또한 그 길 위에 어떤 장애물과 고통이 있는지 모르는 채 우리도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살아가면서 그 여정을 계속하겠지. 마치 저 끝없는 길을 걷고 또 걸어가고 있는 노든과 아기 펭귄처럼 말이다.


 

"난 바다가 어떤 곳일지 상상이 안가."

"그러니까 바다는 말이지, 저 위의 하늘이랑 비슷한 곳이야. 그리고 필요한 건 뭐든지 다 있어, 먹을 것도, 친구들도,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지! 어서 지평선이 파랗게 변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바다에 가까워졌다는 뜻이거든. 바닷속에서는 노든 너보다 내가 훨씬 빠를 텐데."

-68-

어쩌면 바다는 펭귄 치쿠가 꿈꾸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뿔소 노든도 바다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아닐지라도 친구를 위해, 친구가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기꺼이 도와주며 함께 그 길을 나선다. 자신은 그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지만, 친구가 기뻐하면, 친구가 바라는 그 세상으로 가면 자신도 기쁠 것 같다. 왜냐하면 나와 친구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망고색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 펭귄은 이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찾고 싶어하지만, 노든은 그 이름이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름이 없어도 나는 너의 존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름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다.

 

"나도 이름이 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노든이 나를 만나러 오면, 다 똑같이 생긴 펭귄들 속에서 나를 찾기 어렵잖아요. 노든이 내 이름을 부르면 내가 대답할 수 있게, 나한테도 이름이 잇으면 좋겠어요."

"날 믿어, 이름을 가져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나도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어. 게다가 코뿔소가 키운 펭귄인데 , 내가 너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p.99-


 

하지만 아무리 사랑으로 연결된 특별한 연대지만 코뿔소 노든과 아기펭귄은 함께 하지 못하는 운명이다. 노든이 코끼리 무리 속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 그 길을 걸어갔듯, 아기 펭귄도 자신만의 '바다'를 찾아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찾아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서 말이다.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는 내 바다야."

"그러면 나도 여기에 있을게요."

"아니야, 너는 네 바다를 찾으러 가야지. 치쿠가 얘기한 파란색 지평선을 찾아서."

"내가 무슨 수로 혼자 바다를 찾아가요? 그리고 치쿠는 나에 대해서 몰라요. 나는 여기가 좋아요. 여기에 있을래요."

"너는 펭귄이잖아.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그럼 나 그냥 코뿔소로 살게요. 노든이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니까 내가 같이 흰바위코뿔소가 되어 주면 되잖아요."

"그거 참 고마운 말인데."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그리고 나는 코뿔소가 키웠으니까, 펭귄이 되는 것보다는 코뿔소가 되는 게 더 쉬워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나를 혼자 보내지 말아요."

"이리 와, 안아 줄게. 그리고 이야기를 해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오늘 밤은 길거든. 네 아빠들의 이야기를 해 줄게. 너는 파란 지평선을 찾아서, 바다를 찾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 이야기를 전해줘."

-p.116-

 

이 책이 책 표지이기도 한 노든과 아기 펭귄의 특별한 사랑의 연대를 잘 나타내주는 그림이다. 이 책 속에 담겨진 그림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고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보살펴주는지, 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존재지만,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되지만, 이 그림 하나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드디어 아기 펭귄은 '바다'에 갔다. 저 멀리서부터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처럼 다가오던 검푸른 바다가 하얗게 부서진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절벽을 오르다가 수백 번 미끄러졌고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한 순간 잠심 딴 생각을 하다 발을 헛디뎌 굴어떨어지기를 수백 번을 반복한 후에 겨우 그토록 꿈꾸던 파란 지평선의 바다에 도착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이처럼 수많은 실패와 고난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혼자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노든과 같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읨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p.94-

 

아기 펭귄이 말했든 기적이 있기에 가능했다. 나를 증명할 이름 따위 없어도, 불완전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너는 너이고 너 자체로 충분하다는 위로와 응원 같은 그 수없는 기적들이 모여 '나'라는 기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사랑과 희생, 응원, 격려, 도움으로 인한 값지고 소중한 존재이기에 '반드시 기적을 , 나의 꿈을 이루겠다'는 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마침내 눈앞의 바다를 마주할 수 있게 한 것이리라. 

 


 

"다른 펭귄들도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사가 나는지 알게 될 테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를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p.99-

 

어쩌면 그 아기 펭귄은 먼 훗날 노든을 만나게 될까. 노든이 말했듯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이 아기펭귄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아기 펭귄도 노든을 알아보고 그들의 만남은 또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3. 나가며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했으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이 책 속에는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펭귄, 그리고 긴긴밤 그들을 지탱해 주었던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이의 긴긴밤을 이야기한다. 악몽으로 잠 못드는 그들에게 그랬듯이 우리에게도 그들의 눈물과 연대와 사랑의 이야기는 위로와 무한한 감동을 준다. 우리의 삶 또한 긴긴밤속 이야기처럼  '더러운 웅덩이'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 더러운 웅덩이 속에 빛나는 별이 있음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존재가 있음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 별빛 속을 터벅터벅,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노든과 아기 펭귄처럼 그 길을 가고 있는 모두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위안을 주는 삶의 버팀목과 지도가 되어줄 지도 모른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자신을 믿으며, 사랑으로 연대한 모든 사람들과 그 길을 꿋꿋히 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노든! 너의 긴긴밤 속에 너와 함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너가 어린 팽귄과 함께 마지막까지 있어준 것처럼 나도 너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너가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너와 이야기를 나누며, 너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너와 함께 웃고 울고 싶어. 너를 안아주고 너를 웃겨주고 너의 아픔을 달래주며 너와 함께 너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그 바다를 가고 싶구나.

나중에 너를 만날 수 있을까. 그 정어리 눈꼽만 한 코뿔소를 너를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 그 때가 왔으면 참 좋을텐데.

-이 책을 읽고 난 딸아이가 노든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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