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유치원>
안녕달 글그림
창비/ 2020년 5월 22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1. 들어가며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던 때가 기억이 난다. 어린이집 외에는 집을 떠나 오랫동안 있어보지 않은 아이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했다. 입학식에서 긴장하고 두려움을 느끼던 아이의 얼굴이 생각난다. 아이가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도 아이는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해 주었다. 5살이면 아직 엄마 품이 그리웠을텐데 둘째는 그래도 씩씩하게 즐겁게 유치원을 다녔다.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 [당근 유치원]을 읽으니 유치원에 처음 들어가던 아이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당근 유치원에 처음 입학하게 된 아기 토끼의 모습이 우리 둘째를 닮은 것 같아서 처음 읽는 그림책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안녕달 작가님은 2015년 첫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발표한 이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이제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작가가 되었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수박 수영장』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더운 여름 계절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책인 것 같다. 수박을 먹으며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이번에 『당근 유치원』을 읽고 나서 안녕달 작가님의 다른 그림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아이 또한 다른 책들도 어서 빨리 읽고 싶다고 난리이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재미있어하지? 궁금해하면서 나도 어느새 안녕달 작가님의 팬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유치원 배경과 아이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아마도 아이의 재미와 흥미를 끌었으리라. 특히 아이는 힘만 센 곰 선생님이 너무 웃기면서 좋다고 한다. 난 투덜투덜 대는 빨간 아기 토끼 모습이 아이를 닮은 것 같아 너무나 웃긴데 말이다. 이렇게 이 책 『당근 유치원』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유치원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읽어보면 더욱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며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2. 당근 유치원으로 오세요
아이가 유치원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아이의 기분이 어떨까?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가 유치원에 잘 다닐지, 어떨지 걱정을 하게 되고, 아이는 낯선 공간과 새로운 친구들과 무서운 선생님으로 인해 잔뜩 겁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유치원을 시작으로 아이의 단체생활과 교육도 시작이 되니, 아이의 첫 단체 생활이 잘 이루어지기를 더욱더 바라게 된다. 그런 아이와 부모 마음을 이 책에서도 아주 섬세하게 다루어서 좋았다. 그림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 그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기 토끼가 아빠와 함께 당근 유치원에 입학하게 된다. 아기토끼는 아빠의 손을 잡았지만, 여전히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이 겁이 난다. 저 문을 통과하면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친구들은 어떨까?"
그렇게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만나게 된 아기토끼의 담임 선생님은 쫘잔~바로 엄청난 몸집의 힘이 무지 쎈 곰 선생님이었다. 정말 헉!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기 토끼는 정말 놀랐다. 정말 그야말로 멘붕 상태이다. 나 또한 아이와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올 뻔 했다. 아이 또한 곰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예쁘고 젊고 귀엽고 그런 유치원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던 아이도 정말 충격이었나보다. 이야기 속 아기 토끼도 아이만큼 충격을 받았던지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 선생님은 목소리만 크고, 힘만 세다. 아기 토끼는 힘만 세고 목소리가 큰 무섭고 덩치 큰 선생님을 원하지 않았는데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못마땅하게 느껴진다. 왜 우리 선생님은 그럴까. 좀더 상냥하고 다정하면 안될까? 즉 아기 토끼는 선생님의 겉모습과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 볼 뿐이다. 그 속에 담긴 선생님의 진짜 마음을 모른 채 말이다.
급기야 아기 토끼는 '엄마, 나 오늘 유치원 갈 기분 아니야.' 라고 말하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다. 목소리 크고 힘만 센 담임 선생님이 있는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이다. 나도 예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바뀌게 되었는데, 아이가 어느 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아이도 바뀐 담임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어서였다. 아직은 어리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나이이기에 그런 아기 토끼의 마음이 이해가 가긴 했다.
이렇듯 작가는 그런 아이의 심리를 그림으로 섬세하게 잘 나타낸 것 같다. 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그런 아이를 달래서 유치원에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기 토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당근 유치원을 그만두게 될까? 담임 선생님과 이대로 헤어지게 되는 것일까? 아기 토끼와 담임 선생님 간의 오해는 이대로 오해로 끝나는 것일까?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곰 선생님은 오늘 미술 수업 시간에 빨간 아기 토끼가 만든 코끼리 작품을 보고 "우아, 멋있네." 라고 말해주고 내가 친구랑 싸울 때 "이제 친구도 가지고 놀아야지."라고 말하며 내 편을 들어준 것이다.
항상 불만투성이에 투덜거리는 아기 토끼! 그런 아기 토끼는 사실은 선생님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기 토끼는 곰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겉으로는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도 곰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곰 선생님이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그런 아기 토끼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이 장면이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이며, 나 또한 가장 감명깊었던 장면이었다. 여전히 짜증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창피해하는 아기 토끼에게 곰 선생님은 다정하게 말해준다.
"이거 흙이에요. 똥 아니에요!!"
"그래, 흙이야. 어서 이거 먹으면서 바지 갈아입자. 친구들이 똥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
아기 토끼는 이제 깨닫게 된다. 선생님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안 좋게 생각했다는 것을,자신을 향한 선생님의 마음과 사랑을 모른 채 말이다. 이렇게 선생님은 나를 이해해주고 다정하게 말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아이의 얼어붙었던 마음은 눈 녹듯이 녹는다. 선생님을 향해 닫혀있던 아기 토끼의 마음은 비로소 열리게 된다.
그리고나서 이제 아기 토끼는 당근 유치원에 가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왜냐하면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곰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기 토끼의 눈에 선생님의 모습이 달라보인다. 힘만 세도 목소리가 큰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가 이제는 우리 선생님은 예쁘고 목소리가 크고 힘도 세니깐 더욱더 좋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아기 토끼의 눈에는 선생님만 보인다. 아기 토끼는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자신 좀 봐 달라고 자신도 이름 쓸 줄 안다며, 저도 이만큼 잘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아이는 선생님의 주의를 끌려고 한다. 심지어는 아기 토끼는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징징거리고 떼를 쓴다.
언제는 선생님 때문에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하더니 이제는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유치원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급기야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아기 토끼의 순수하고 순진한 아이같은 마음이 느껴졌다. 보통 아이들은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줄 정도로 그렇게 마음이 맑고 순수한 것이다.
그런 아이의 심리 묘상와 심정의 변화를 작가는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림으로 묘사했다. 단 한 줄의 문장 속에서, 그림책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그림들 속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각각의 모습 속에서 모두 다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그림이 가진 힘이며. 많은 문장들로 표현하지 않아도 단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이 그림책을 좋아하고 감동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곰 선생님과 결혼하겠다고 떼쓰는 빨간 아기 토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기 토끼와 곰 선생님은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이제 당근 유치원을 떠나려고 한다. 이제 아기 토끼와 곰 선생님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았으니, 이만 마무리하려고 한다. 결말이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이 그림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당근 유치원을 나오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
아이도 유치원 다니는 것을 너무나 즐거워한다. 아마도 이야기 속 빨간 토끼처럼 아이를 사랑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아이에게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간절히 필요한 것이다. 그 사랑은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과는 또 다른 것이다. 선생님에게 관심 받고 싶고, 선생님에게 칭찬 받고 싶고, 선생님에게 사랑받고 싶은 것이다. 그 마음은 아마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는 사랑을 받아도 계속해서 사랑을 요구하는 법이다. 정말 사랑은 주어도 그 끝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빌어 유치원을 포함한 교육 현장에서 애정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 책은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교육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인 것이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아이의 유치원 생활,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무면서 아이와 친밀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오랫만에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곰 선생님이랑 결혼해야겠다"
곰 선생님을 향한 아기 토끼의 마음은 당근당근!
당근처럼 곱고 향긋한 사랑의 인사 들려드릴께요! '당근 유치원'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