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
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역
책읽는곰/ 2021년 1월 15일
"내 인생 그림책! 따뜻함과 울림이 있는 이야기! "
1. 들어가며
"나는 울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요."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10월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어 몸과 마음도 추워지는 이 계절,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한 권의 그림책을 만났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 이야기가 반영되어 더욱더 공감하고 내 마음을 뒤흔든 아름다운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을 만났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다가 부딪치는 저 강물처럼 우리가 말하는 과정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을 더듬어서 놀림을 받고, 매일 발표시간마다 발표를 못해서 실망한 아이에게 그것은 그 어떤 말보다 힘이 될지도 모른다. 그 아이에게 말을 더듬지 않고 제대로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그 말이야말로 아이가 앞으로 닥치는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데 큰 힘이 된다.
쉼없이 부서지고 굽이치다가도 결국은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그 아이도 그렇게 말 더듬는 것을 극복하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10월 나의 마음을 적시고, 힘든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었다.
2. 책 속으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뜬다. 여러 낱말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를 둘러싼 여러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의 방 창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에서 나는 소리,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까마귀가 우는 소리, 아침 하늘에서 희미해져 가는 달의 소리 등 그렇게 아이는 그를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다. 아이는 그 소리들을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해보고 싶지만, 아이는 그 어떤 것도 말할 수가 없다.
말을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는 아이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아이의 뒷모습이 무척 외로워보이고 슬퍼보이기도 한다. 말을 하고 싶은데 왜 아이는 말을 할 수 없는 걸까?
아이는 말하고 싶다.
내 방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의 스-.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까마귀의 끄-
아침 하늘에서 희미해져 가는 달의 드-.
그러나 아이는 그저 웅얼거릴 뿐이다.
마치 소나무의 스-가 입안에 뿌리를 내리며 혀와 뒤엉켜 버리듯이
까마귀의 끄-는 목구멍 안쪽에 딱 달라붙는듯이
달의 드-는 마법처럼 입술을 지워 버리듯이
아이는 아침마다 낱말들의 소리와 함께 깨어난다. 그 소리들은 목구멍에 달라붙어 아이는 그저 웅얼거릴 뿐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는 돌멩이처럼 조용하게 있을 뿐이다. 혼자서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그는 외톨이다. 아이는 학교에서도 맨 뒷자리에 앉는다. 아무도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자신이 말을 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말을 걸면 모든 아이들이 아이를 돌아본다.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의 안타까운 모습이 보인다. 아이의 입에서는 온통 여러가지 말들로 가득차 있지만, 아이는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은 내 입에서 혀 대신 소나무 가지가 튀어나오는 걸 보지 못해요.
아이들은 내 목구멍 안쪽에서 까마귀가 까악까악 우는 걸 듣지 못해요.
아이들은 내가 입을 열 때 스며 나오는 달빛을 보지 않아요.
선생님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한다. 그리고 오늘이 아이 차례인데 아이는 아예 말조차 못한다. 그런 낙담한 아이를 아버지는 어느 곳으로 데리고 간다.
"우리 어디 조용한 데 들렀다 갈까."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강가로 간다. 아이의 머릿 속에는 아직도 발표 시간 자신을 비웃었던 친구들의 모습이 있다. 그래서 두 눈에 빗물이 가득 차오른다. 그렇게 낙담하고 슬퍼하는 아이에게 아빠는 아이를 가까이 끌어당긴다. 그러고는 강물을 가리키며 말한다.
"너는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다가 부딪치는 저 강물처럼 아이도 그렇게 말한다고 말한다. 강에도 강의 어귀가 있고, 물살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이 합쳐지는 곳이 있다. 강물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면서 더 큰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끊임없이 흐르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때론 강물로 더듬거리며 흘러가기도 한다. 아이가 더듬거리며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는 울고 싶을 때마다, 말하기 싫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린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그러면 울음을 삼킬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다.
그 빠른 물살 너머의 잔잔한 강물도 떠올려요.
그곳에서는 물결이 부드럽게 일렁이며 반짝거려요.
내 입도 그렇게 움직여요.
나는 그렇게 말해요.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어요.
내가 그런 것처럼요.
3. 나가며
이 책은 얇은 그림책 한 권이 내 마음을 울렸다. 이 짧은 내용이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이가 강에서 헤엄치는 마지막 그림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아이가 강에서 힘차게 헤엄을 칠 수 있듯, 강물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듯이, 아이의 입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열리게 될 것이다. 아이는 이제 더이상 말을 더듬는 것에 대해 의기소침해하지 않는다. 마치 강물이 때론 더듬거리듯 자신도 그렇게 말하는 것뿐이라며 나중에는 강물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기대가 있기에..
이렇게 아이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준 아버지가 대단해보인다. 실제로 저자가 어렸을 때 학교 발표 시간에 말을 잘 하지 못해서 속상해하는 저자에게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다."
이 책 속의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그런지 더 큰 감동과 위로를 주는 것 같다. 이렇게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그것을 장애로 보지 않고 오히려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게 한다. 아이를 있는 그래도 인정하고, 그 또한 말을 배우는 과정이며 살아가는 한 과정임을 아버지는 강물의 흐름을 통해 아이에게 말해주고자 한다. 이제 아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바깥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발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말합니다. 담담하지만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목소리로 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아울러 나도 이 책속의 아이의 아버지처럼,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고, 아이가 자신만의 목소리와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닌, 우리 아이에게 맞는 기준을 가지고 아이가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아이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믿고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아이를 인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아이의 영원한 지지자'가 되어주고 싶다. 따뜻함과 깊은 울림이 있는 내 인생의 그림책을 만나 행복했던 10월이었다.
마지막 그림을 보며 다시 한번 말해 본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