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한마디로 우리 대부분은 도시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이제는 중소 도시에서 남은 삶을 보내고 있다. 흔히 나이가 들면 도시의 복잡한 생활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농촌 지역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많은 시간을 도시에서 보낸 도시인들이다. 그 만큼 도시는 우리에게 물과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고 나는 당연히 도시인으로서 단숨에(미리보기) 읽어 내려갔다. 바로 ‘메트로폴리스’란 도시 인문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와 문학을 통해 우리는 도시 생활과 도시 관광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600쪽이 넘는 두꺼운 내용에서 독자가 독서로 얻을 수 있는 바로 핵심적인 내용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도시와 인간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다. 그 뿐 만 아니라 도시에서 그 동안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정 관념을 바꿔준다. 도시에 관심 있는 누구나 한 번 쯤 읽어 볼 만 한 책이다.
저자는 본문에서 도시를 방문하면 꼭 걸어 다닐 것으로 권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시의 진면목은 움직일 때 드러난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그 유기체를 지탱하는 힘줄과 결합조직에서 드러난다. 걸어 다니기는 도시를 살 만한 곳으로 무엇보다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걸어 다니기는 현지인이나 방문객 모두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얻을 수 있는 도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미리 그 도시의 ‘역사와 문학’으로 지식을 쌓고 도착하면 걸어 다니면서 그 현장을 직접 보고 느껴보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사항만 잘 지키면 어떤 도시를 방문하든 즐기면서 배우는 참 관광이 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단순히 도시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도시의 역사와 그와 관련 인문학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잡학사전이다. 본문에서 기원전 4,000년 전에 존재했던 우루크를 비롯하여 현재의 뉴욕 등 전 세계의 14개를 소개한다.
저자는 책에서 도시의 역사 뿐 만 아니라 그 곳에서 생활했던 도시인들의 삶을 여러 방면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마치 인문지리학 서적처럼 특정 도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물이나 사건 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을 중심으로 한 도시에서 다른 여러 도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예를 들면, 로마는 목욕탕, 뉴욕은 마천루 등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로 그 도시의 특징으로 기술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적인 사건의 중심으로 폴란드의 바르샤바와 독일의 뤼벡을 다뤘다.
한편, 파리와 런던은 전 세계에서 연 2,000만 명 가까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파리의 증후군’ 편에서 해마다 파리를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 중 10명 내외가 이름 모를 질병으로 본국으로 후송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평생을 낭만과 이상으로 동경한 파리를 직접 방문해서 겪게 되는 현지인들의 냉담함과 불친절, 그리고 지저분한 거리 등 이상과 현실의 커다란 차이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정신적인 패닉 상태인 ‘파리 증후군’을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은 홍차 마시기로 널리 알려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1651년 커피콩과 도구가 런던에 처음으로 소개되고 그 후 카페가 많이 생겼다. 런던에서 카페는 사적 공적 모임의 장소로 제공되면서 도시민들 간의 사교 시간이 늘어나고 그런 공동체적인 활동이 문학과 과학 등 영국 전반에 걸친 문화와 기술 혁신의 발전 기회를 제공했다고 한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페의 대표적인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란 사실이다.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다양한 종류의 카페를 찾아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본문에서 런던의 카페를 소개하기 전에 1999년 처음으로 스타벅스가 개장한 이래 발전한 한국의 카페 문화를 짧게 언급한다.
한편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 도시에 대해서 저자는 단순히 디지털 센서와 디지털 기반 시설을 갖춘 도시가 아니라 인간의 거주지와 자연 서식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도시의 생물 다양성이 잘 설계된 도시라고 강조한다.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그것에 대한 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를 통해서 현재의 도시가 처한 문제와 미래의 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소개한다. 여러 개의 도심으로 이뤄져 각각의 도심에 여러 개의 자치 형태 마을로 구성된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도시 모델처럼 발전할 것이라 전망한다. 나이지리아 라고스는 과거의 대부분 대도시가 그러하듯이 많은 도시화 문제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다른 대도시들처럼 그 곳에 살고 있는 도시민들의 역동성과 내부 경쟁으로 생겨나는 독창적이고 신속한 혁신이 그런 문제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1세기의 지식경제 시대에도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집중되고 집단화된 초고속 디지털 시대에도 결국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로 물리적인 접근이 가능한 도시는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21세기 지식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일과 사교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도시는 도시민들에게 우연 또는 자발적인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은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을 촉진시켜준다. 미래는 창의성의 시대이고 도시는 그것을 제공하는 기회의 장인 셈이다.
본문에서 언급된 한국 도시의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온다. 바빌론을 소개하는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편에서 이상적인 도시 건설을 이야기하면서 인천 송도를 소개한다. 한마디로 송도는 ‘유비쿼터스 도시’, 즉 모든 도시 기반을 모두 갖춘 안전하고 깨끗한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라고 한다. 국제 도시,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편에서는 유교 사상으로 양반과 평민이 함께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시대적인 상황에서 양반과 마칠 때 마다 인사를 해야 하는 불편하고 번거로운 행동을 피하고자 한양의 종로 뒷골목, ‘말을 피하는 거리’ 즉 피맛골’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기후 변화에 따른 도시의 녹지 공간 활동 모델로 청계천과 서울 고가도로의 녹지 공간 조성 사업도 함께 언급한다.
사실 이 책은 ‘메트로폴리스’ 제목처럼 도시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첫 장을 넘겼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도시와 인간이 그 동안 함께 해왔던 다양한 지식을 얻는 희열을 맛 봤다.
요즘 유튜브를 검색하면 수많은 동영상 자료를 쉽게 찾아서 볼 수 있다. 물론 도시의 역사나 관광에 대한 자료도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내가 읽은 내용은 아직까지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 만큼 본문에 수록된 내용은 폭넓고 방대해서 동영상 자료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고급 콘텐츠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책장으로 덮으면서 코로나-19 펜더믹 상황이 종료되고 다시 예전처럼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다면, 그곳을 방문하여 ‘역사와 문학’을 생각하고 걸으면서 진정한 도시인으로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