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타계해서 더는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깝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모두 다 읽은 것은 아니다.
안 읽은 책들이 더 많다.
페이지수 압박에 못이겨 말이다. 세상에 할 말이 많으셨던 분인듯 싶다.
워낙 지성과 해박함과 위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말이다.
이번 글을 읽고는 살짝 괴팍함도 느꼈다.
[레스프레소]지에 기고한 칼럼 <미네르바 성냥갑> 중에서 최근 글들을 모은 것으로 '유동사회'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에코는 '유동 사회'라는 말로 이 사회를 진단한다. 유동 사회란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사회다. 다시 말해 정체성 위기와 가치의 혼란에 빠져 방향타가 되어 줄 기준점을 상실한 사회다.
군데군데 따뜸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이 많은 편이다.
이렇게 말하면 성경같은데 그렇게 친절하진 않다.
"내 성공의 비밀은 젊었을 때 내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웬들 홈스 2세
자신이 신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의 행위를 항상 의심하면서 지난 삶을 충분히 잘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신은 없는데 신인 줄 아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갑질, 심지어 자식에게 만 신인줄 아는 사람들(신은 베품입니다. 여러분!!), 다른 세상을 사시는 정치인들 등등 말이다.
읽다보니 이탈리아의 정치인들 유명인들 , 잡지명들이 줄줄 나오는데 어찌나 낯설고 발음이 어려운지 소리내어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 괴기스러웠다.
살아남기 위한 젊은이 대 늙은이들의 도륙전이라니...
또한 여러글에서 핸드폰, 인터넷, SNS의 폐해에 대해 자주 언급이 된다.
특히 쇼킹한 사건은 마피아 집단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중 비밀을 발설한 조직원에게 목구멍에 돌을 쳐박아 넣는 벌이 있다고 한다.
한 모로코인이 로마에서 핸드폰을 삼켰다가 경찰에 구조되엇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사이 핸드폰은 자연스럽게 우리 육체의 일부가 되었다. 귀의 연장이고 눈의 연장이고 심지어 페니스의 연장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그의 핸드폰으로 질식시키는 것은 그의 창자로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이나 진배없다."
또 하나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종이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토론을 거친 이야기다.
물론 종이책이 감소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존폐위기를 논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다. 에코의 주장은 5000년이 넘는 책들이 아직 존재한다.
하지만 저장매체들은 에러도 생기고 소실도 되고 수명도 짧다.
더욱 중요한것은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지를 사들인 것 워렌 버핏이 지방의 신문사들을 사들인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문제인것이다.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도 좋았다.
선량한 영웅, 위대한 시민이런 것들로 언론이 떠든다면 그만큼 영웅이나 선량함이 사라졌다는 반증이니 말이다. 원칙과 본인의 직분이 망각된 현실은 슬프다.
LH사건도 마찬가지다. 본분만 지키면 되는 것들인데 말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너무 늦은 나이에 읽어 아무 감흥도 없었다는 글에서는 공감했다.
'카이로스'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안다.
적기가 있다. 그때 적절한 타이밍!!!
책을 출판하는 것도 그 책을 읽는 것도 타이밍이다. \
삶도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