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_마음챙김_선물하세요
저자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독자가 어떤 제목이면 읽고 싶을까를 고심한 끝에 본 책 제목을 택했다고 한다.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은, 마음은 아무래도 안 괜찮다는 다급한 신호음이지 않을까. 지금 주어진 상황만으로도 버거운데 애써 마음의 짐을 더하고 싶지 않은 독자의 본심을 헤아려 반영하고 있다.
요즘 나는 몸 구석구석을 침범해 공격하는 이른 노화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백기 흔들고 싶은 충동의 밤이 잦다. 철심을 넣은 발목은 반년이 지났음에도 어색하고 계단의 높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마을버스에서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떨어진 아픔이 두려움(상처)으로 남았다. 비수술 치료한 오른팔은 다시 아프기 시작해 불길할 뿐 아니라 안 아픈 팔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어 불안을 가중시킨다.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고 통증까지 더해지면서 눈 뜰 때 마다 우울해진다. 구역질과 울렁거리던 속은 그나마 좀 나아졌는데 체중이 늘어 또 걱정이다..
몸이 아프면서 마음도 덩달아 약해지고 부정적으로 치우치는 것 같다. 왜 사는지? 도대체 이유와 의미를 모르겠어, 그동안의 가치와 믿음을 잃어버려 더 세차게 흔들리는 것 같다. 어떻게 반백년을 산 사람이 삶의 이유와 가치를 몰라 방황하고 괴로워하는지 한심하다. 원망과 분노와 자학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살아 뭐해’ 싶은 불순하고 오만한 생각이 드세게 인다. 심리 서적을 몇 권 연이어 읽고 나니 모든 책이 말하는 요지나 삶을 이어가는 묘책이 엇비슷하다는 걸 알겠다. 신통방통한 묘약은 따로 없지만 어느 정도 일관된 삶의 원리를 전해 다시금 마음을 추스르고 보듬게 된다.
의사는 지금 너의 생각과 감정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꼬집는다. 과거의 어떤 경험이 누적되어 만든 반응과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채택된 자동화된 사고의 패턴과 관념과 이미지의 ‘경향화’의 결과물로 분석한다.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나의 나약함과 무능함으로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라고 충고한다. 그런 생각과 감정이 생기는 자체에서 그만 멈추라는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친절한 말과 어루만져주는 행동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지금이라도 해주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전념하여 소소한 기쁨이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마음을 기꺼이 누리면 될 듯싶다. 삶의 ‘불확실함’과 어쩔 수 없는 부분까지 통제하려 덤벼 감정 소모를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다. 내 감정과 생각의 주체(주인)가 되어 생각과 감정을 흘려보내거나 증발시키도록 ‘마음챙김’mindfulness하는 자세가 뒷받침되어야 삶의 가능성과 괜찮아질 수 있음을 열어둘 수 있단다.
무엇보다 과한 해석과 과잉 반응을 견제한다. 힘들수록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의 정체와 근원을 살피는 노력을 기울이라고 전한다. 삶이, 인간이, 관계가 대체로 그저 그러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완전함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 대해 그만 ‘내려놓는’ 마음을 슬며시 제시한다. 지금의 생각과 감정이 삶의 전부이거나 나의 전체가 아님을 망각하지 말고, 자기 자신과 세상과 미래를 닫아걸지 말자고 제안한다.
오늘의 고단함, 불안함, 슬픔이 삶을 모두 되돌려야 할 증거는 아니다. (84쪽)
끊임없이 공허해하고 슬퍼하는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그때(과거)의 나, 누군가 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그 위로를 내가 직접 그때의 나에게 건네는 것이다. (125쪽)
모든 사람의 마음은 그 깊은 바다와 같이 우리는 그 위를 떠다닐 뿐 내 마음의 깊이가 얼마인지,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전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제각각 우주 같은 그 공간 안에 좋은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을 함께 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안다고 생각할 뿐(스스로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132쪽)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 하지 마세요. 대신 억지로 나쁘게 생각하려고도 하진 마세요... 억지로 좋게 보려하는 대신 그만큼 마음이 고생했구나, 힘든 일이 많았구나, 스스로의 지친 마음과 속상한 감정을 먼저 위로해주자. 그리고 찬찬히 따져보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결론지을 만한 일인지를. 물론 세상은 자주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나 자신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보듬어주는 것이 어떨까. (167쪽; 179쪽)
당신의 슬픔이 너무도 선명하고 불안이 지나치게 날카로우며 절망이 깊다는 것은 당신이 미숙하거나 잘못되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저 당신이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계속 삶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증거일 뿐이다. (183쪽)
어쩔 수 없이 들고 나는 파도와는 상관없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살아있기에 밀물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고 그 때문에 햇살의 따뜻함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190쪽)
다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 그 아픔을 쓰다듬을 때 비로소 마음이 쉰다.
그래서 수용이다. 삶에는 본디 고통도 있음을, 이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며 어쩔 수 없는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199쪽)
복잡한 세상, 오묘한 삶, 다면적인 나를 담기에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몇 마디 말로 스스로의 인생, 나 자신을 규정하고 이러한 관념을 불변의 사실처럼 간주하는 것이다... 그 어떤 순간의 어떤 생각도 내 삶 전부, 나 자신 전체를 정의하지는 못한다... 삶이란 몇 마디 말이나 논리, 철학으로 정의할 수 없는 그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큰 무언가다. (228쪽; 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