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성 감정*
개인 간 경쟁의 심화와 인간관계 악화로 개인주의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 중에서 젊은이들은 우리에 대한 열망을 게임으로 충족하려고 한다... 한국인이 게임을 하는 중요한 이유로 ‘여럿이 어울리고 싶다’라는 욕망을 꼽았다...
한국인의 대인관계의 특징은 이 우리성으로 좌우되는 욕망이나 감정에 의해 규정된다. 이것은 한국인이 단순히 남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억척스럽게 우리를 욕망하고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7~108)
*우리 관계*
한국인의 인간관계가 “보상이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교환 관계나 합리성을 강조하는 서구의 인간관계와 질적으로 다르기에 한국인은 받은 대로 돌려주며 준 만큼 갚는 거래성 교환관계를 남남의 관계로 인식한다.” ... 한국인이 바라는 관계는 개인 대 개인의 관계, 남남의 관계가 아닌 우리 관계다. 우리 관계는 서로 손익계산을 하지 않는 관계다. (112)
*마음 교환*
한국인의 우리 관계는 서구의 사회교환 이론으로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 굳이 ‘교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한국인의 관계는 ‘마음 교환’의 관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은 상대가 자신에 대해 행한 행동을 그 자체로 평가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행동에 실려 있는 따스한 마음의 크기나 양으로 전환하고 해석해 상대의 행동을 평가하며, 그런 맥락에서 한국인의 우리성 관계의 주 화폐는 행위 교환이 아니라 마음 주고받기다.” (114)
*마음 중시*
한국은 누군가 죄를 지었더라도 그의 범죄에서 검사를 감동시킬 만한 선한 동기가 확인되면 판사가 최대한으로 선처를 해주는 나라다. 이처럼 한국인은 행동이나 결과보다는 마음, 특히 동기를 더 중요시한다. (116)
*표리부동 결국 들켜*
서양인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짜 마음, 가면을 쓰고 이중생활을 하기도 한다... 한국인은 이중의 마음 혹은 사회적 가면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서양인이나 일본인과 달리 자발적인 집단주의자, 우리주의자인 한국인에게 마음의 균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국인은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르지 않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리부동하다고 여기며 몹시 싫어한다. (118)
*흑마술은 독심술 맞자*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네가 알아주고, 네 마음을 내가 알아주는 이심전심의 관계나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인 일심동체의 관계를 이상적인 우리 관계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것을 넘어서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관계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굳이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설명해야 하는 관계는 우리 관계가 아니다. (120)
우리 관계를 지향하는 한국인은 자기 마음을 스스럼없이 잘 드러내기도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아채기도 한다. 한국인의 마음 드러내기와 알아채기는 평등하고 화목한 우리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122)
*각자도생은 우리성 아냐*
각자도생의 개인주의 사회에서 개인 간의 경계는 자신의 권리와 세력권을 구획하고 지키며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성, 우리 관계가 거의 없는 서양인은 한국인의 우리성, 우리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힘들 수밖에 없다. 서양인은 경계를 고려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아주 싫어하지만 한국인은 경계를 형성한 관계를 꺼리고 싫어한다. (125)
결론적으로 한국인의 호구조사 습관은 타인들을 무의식적으로 우리로 대하는 것, 우리 관계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병들어 감에 따라 최근에 호구조사 습관이 나쁜 쪽으로 작용할 때가 많아졌다... 호구조사는 상대방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는지 혹은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 그에 상응한 태도를 결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심지어 상대방의 흠이나 약점을 잡아 그를 무시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127~128)
*프랑스 듣고 있나ㅋ*
한국인 관광객들은 물건을 그냥 눈으로 지켜만 보는 다른 나라 관광객들과 달리 기어이 손으로 만져야 직성이 풀리는데, 이것이 바로 촉감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습성 때문이다...
이 모든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은 한국인의 우리 관계에 대한 열망이다. 한국인이 어머니 등에 업혀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바닥난방 방식의 집에서 살아오면서 몸을 부대끼는 생활양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를 우리 관계로 이해하지 않았거나 우리 관계를 바라지 않았다면 한국이 스킨십의 종주국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허물없이 몸을 부대끼며 생활하는 관계는 화목한 가족관계이며 우리 관계를 의미한다. 서로의 밥을 챙겨주며 하는 인사말처럼 한국인은 서로 스킨십을 하면서 우리 관계를 확인한다. (135~136)
*두고 봐*
평소의 한국인은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서로에 대해 적대적이지만, 특정한 조건만 형성되면 우리가 되려는 욕망을 뜨겁게 분출해왔다는 것이다. (140)
오늘날의 한국 현실에서는 불평등 같은 문제들로 인해 큰 단위의 우리를 만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인은 개인주의적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 할지라도 큰 우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만 조성되면 한국인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우리가 되어 분연히 일어선다... 우리에 대한 열망을 포기한 한국인, 우리성을 상실한 한국인은 한국인이 아니다. 우리에 대한 열망과 우리성이야말로 한국인을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심리이고 특성이기 때문이다. (142~143)
*구조 신호에 담긴 인간 가치*
따라서 ‘사람 살려!’라는 구조 신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의 생명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으니 만사를 제치고 달려와 살려내라’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사람 살려!’라는 말은 한국인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박은 인간중심주의를 직통으로 타격하는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기에 한국인의 구조 신호로 정착되었을 것이다. (147)
한국어에서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단어는 가장 좋은 뜻과 관련되어 사용되지 나쁜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한국인의 언어 사용은 인간이 최고이자 가장 좋은 존재인 반면 비인간 혹은 반인간은 나쁜 존재라는 인간중심주의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한옥은 서구의 대성당처럼 인간의 몸을 압도하는 위용을 보이지 않으며, 대체로 소박하고 검소한 규모로 인간의 몸을 배려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에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자아낸다.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