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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인간

[도서] 환승 인간

한정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음악 띠옹

 영화 안에서 음악이 주로 특정 신이나 인물을 부각하기 위해 쓰인다면, 이 영화에서의 기타 선율은 시작부터 끝까지 그냥’, ‘계속존재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 기타 선율은 마치 질곡의 동남아시아 역사를 모두 품은 채 끝없이 흘러가는 메콩강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태국인에게는 분명히 존재하는 귀신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 기타 선율 위로 다시 한 번 흐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끊임없이 소환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들의 대화는 영화 속에서 흐르는 메콩강과 함께 내내 지속된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영화와, 귀신과, 음악과, 강물과, 역사가 곳곳에서 흐르고 또 흘러간다. 물론 각자의 방향으로 말이다. (232~233)

 최근에는, 남성성을 부각하는 흐름에서 굳이 이러한 남성성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과 춤선에 걸맞은 안무와 메이크업과 의상을 선보였던 태민의 <MOVE> 무대를 보면서도 그런 아름다움을 느꼈다. (양자역학도 안다는 300)

 

*시네마 횡단 문법

 그러나 이 느슨하고 거친 연결이 낯설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이 세계는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은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영화 속에서 경계를 나누고 이야기를 구분 짓는 것은 무용함에 가까워 보인다. (235)

 이들은 말하고 있지만 무언가를 말하지 못하고, 모든 걸 다 말하지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들은 모두 제도에서 벗어나거나 벗어나려고 하거나, 벗어나지 않고 싶어 하지만 이미 그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누구 하나 입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 입장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고 이런 입장을 갖게 되었다 한들 그것이 곧장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243~245)

 결국 이 영화 속 행복한 시간이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균형을 잡는 것. 내 안으로의 붕괴를 이끌어내는 것. 타인의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균형으로 일어서는 것 아니었을까. 그 균형을 찾기 위해 기꺼이 붕괴되면서 말이다. (247~248)

 

*그러고 나서?에서 시작

 누군가가 떠나고 잊히고 또 누군가를 알게 되고 새로운 기쁨이 생기고 그런 것이 삶이라면, 그게 신의 뜻이라면 그리고 그다음엔? 그다음엔 무엇이 남았나요? 그 역시 신의 뜻이라는 그 말. 종내 나는 그 말을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소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 신은 없지만. (260)

 친구와의 대화 끝에 결국 하하, 진심으로 웃어버렸을 뿐이다. 나는 신이 존재하냐, 하지 않느냐보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그 자체가 더 좋았으니까... 신이 없다 한들 이다는 또 살아가겠지. 그러니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이다 또한, 나 또한 창문이 아닌 문을 열고 계속 눈길을 걸으리라는 것. 그 점 하나는 이 영화 끝에 알 수 있었다. (266~267)

 

*폭력의 먹이사슬

 착취의 착취를 거듭하다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치고받아 죽게 만드는 이 세계의 질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257)

 술집에서 일하는 것 외에 충분한 선택지를, 답지를 가질 수 있던 사람일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 결정했던 무언가를 과연 정말 선택이라 부를 수 있는 건가. 물론 이렇게 내몰린 사람들도 선택을 하기도 한다. 다만 그것은 삶에 닿아 있지 않다. 생존에 닿아 있다, 죽지 않기 위해 죽이는 생존. (270)

 오래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환경이 있지 않았을지, 이제는 그런 걸 따져 물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매순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은 것들에서 환승했고 환승해야 했다. 그 가운데 정말 좋아하게 된 것도 있고 이제는 멀어진 것들도 있다. 나는 매번 즐거운 환승 인간이었지만, 또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한다. 환승이 뭐야?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이 바뀔 수 있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안정의 삶도 살아보고 싶다고 말이다. (318)

 

*삶은 날씨고 삶은 식사다 (제임스 설터)

 삶 속에서 인간은 본인의 변화를 체감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변화에 아파하기도 한다. 타인과 내가 교차하는 지점들 속에서 누군가와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길이 달라지면 끝내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등을 보여야 할 때도 있다. 이렇듯 반드시 어느 순간엔 변할 수밖에 없기에, 또 어느 순간에는 각자의 삶을 홀로 살아가야 하기에 타인에 대해 또 삶에 대해 영원히 알 수 없어 문득 외로워지기도 한다. 결코 변하지 않고, 나를 알아봐주는 그런 무언가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278)

 필사의 노력, 변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모두가 변하기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타인과의 삶 속에서 나를 알아보는 누군가를 찾기, 혹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하기. 모든 변화는 결국 우리 모두가 죽음이라는 결말을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인간은 앞으로도 끝없이 찾아내지 않을까. ‘어떤 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자신을 이해하고 온전히 진실되어 보일 수 있는 한 존재를 찾는 일말이다. (284~285)

 

*꿈이라는 강물

 이런 사람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얼굴과 몸집만 달라졌을 뿐, 중학생 시절 그 얼굴들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던 그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바나, 그리고 이바나와 그의 친구들. 최초의 그 어떤 것.

 이 모든, 예상 밖의 전복의 서. (293~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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