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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도서]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정혜윤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정혜윤 PD가 들려주는 매혹적인 독서가들의 이야기.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한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11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알듯한 (실은 잘 모르지만^^:: )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책을 통해 삶을 확장시켜 나갔다는 것이다. 활자 중독에 걸린 것처럼 미친 듯 책을 읽어나갔던 사람들, 각자의 손에 들린 책을 따라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간 사람들, - 그러나 이보다 더 대한 하게 느껴지는 건 인터뷰를 하며 그들이 꺼낸 책 이야기에 반응하는 정혜윤 PD의 모습이다. 11인의 매혹적인 독서가들이 거쳐간 모든 책을 정혜윤 PD가 읽었다는 것, 어떤 책이 나오든 그 책은 어김없이 정혜윤 PD의 삶 속에 녹아 있었다는 것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녀다!!)

<인생의 일요일들>이라는 정혜윤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녀가 숨 쉬고 존재하는 모든 곳에 책과 연결된 이야기가 흐른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작가의 또 다른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부제처럼 그녀는 세상의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매력적인 작가가 만난 매력적인 독서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의기소침해졌다. 난 왜 이들처럼 매력적인 독서를 하지 못하는 걸까? 매력적인 독서를 통해 매력적인 삶을 만들어낸 그들의 독서에 괜한 질투가 나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책에 푹 빠져 자기만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세상을 경험했던 부분에선 특히나 그랬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 그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그런 풍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난 늘 질투 아닌 질투를 느낀다. 그러나 그보다 내 마음을 더 끌어당기는 것은 고통과 방황 결코 쉽지 않은 상처투성이 삶에서 책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불안한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부여잡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은 아마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들을(이를테면 희망, 꿈, 삶의 소중함 따위) 책을 통해 다시 되찾은 나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한번 잃었다고 생각한 것을  되찾으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 보이던지요'라고 <인생의 일요일들>에서 말한 정혜윤 작가의 말처럼 난 대략 300여권의 책을 통과한 후 정말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보았다.

나는 절박함의 끝에서 책을 읽었다. 무언가 변하지 않으면 정말 쓸모없는 인생이 되어버릴 것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 끝에서 내가 잡은 것은 '책'이었다. 그렇게 내 삶은  한 권의 책에서 다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책은 죽지 않는 능력을 주지는 못하지만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내가 삶에서 책을 놓지 않는 한 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책이 가진 위대함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일깨워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만끽하게 만들어 주는 것... (2년 전만 해도 난 '삶+만끽'이라는 단어의 조합 앞에 굉장히 낯섦을 느꼈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쓰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난 독서가 삶이 좀 더 나아지는데 좋은 재료로 쓰이길 바라며 매일매일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도 나만의 매력적인 독서 풍경, 책이 삶이 되는 그런 풍경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만의 독서 전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의 내 삶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누군가처럼 국어시간이 즐어웠던 적도 없고, 백일장에 나가 상을 받은 적도 없고, 세계문학전집이나 위인전 같은 책들을 모조리 읽었던 기억도 없다. 촌음을 아껴가며 책을 끼고 밤을 지새운 적도 없고, 어릴 적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 적도, 깨달음을 얻은 적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난 책을 읽는 것이 너무 즐겁고, 책 속의 책을 찾아 나만의 독서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가끔씩 끄적거리는 글쓰기도 재미있고, 침을 꼴딱 넘어갈 정도로 내 마음을 빼앗는 문장을 만날 때면 그 순간적인 고요함과 정적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설렘이 너무나도 좋다. 때로는 자신 있게, 때로는 누가 볼까 소심하게 책 속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나를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의 독서 전기가 한편의 이야기가 되는 날을 상상하곤 한다.(웃음)

앞으로도 책은 삶에 대한 나의 의지와 선택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언제나 내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시작과 끝은 결코 다르지 않으니 책으로 다시 시작한 내 삶에서 책은 영원히 함께 갈 동반자인 것이다.

책에 반사된 나의 삶,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언어로 완성하게 되는 날을 꿈꾸며, 그들의 이야기가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던 것 처럼 나는 책을 통해 다시 시작된 나의 이야기를 오늘도 만들어 가는 중이다.

- 2018.1.9 책 읽는 엄마 -


"중요한 문제들은 결국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네, 그동안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원칙이나 말을 내세워 변명하고, 이런 것들이 과연 중요할까?,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너는 누구냐?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진정 무엇을 할 수 있었느냐? 너는 어디에서 신의를 지켰고, 어디에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느냐? 너는 어디에서 용감했고, 어디에서 비겁했느냐? 세상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누구나 대답을 한다네. 솔직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결국 전 생애로 대답한다는 것일세.- 산도르 마라이 <<열정>> "/공지영의 이야기 중에서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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