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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20년

[도서] 엄마의 20년

오소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2021.1.20 엄마의 20년 (오소희)

'나는 네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나의 세계를 가꿀 것이다. 너를 믿는 나를 믿으면서 나는 담담히 내 세계늘 가꾸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살아갈 특권이 네게 있다. 겁먹지 마라. 굴복하지마라'


이렇게 멋진 말을 첫장부터 쏟아내는 오소희님의 책을 읽으며 나는 괜히 질투가 난다. 머야? 쫌 멋지네?- 이런 생각을 하며 한장한장 넘겨 보았다. 세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여자,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로 세상과 소통하고, '나'를 넘어 '우리'의 삶을 생각하고, 개인적 경험이 쌓여 글이되고, 결국 '엄마'로 살면서 자신의 삶을 '의미있는 사회적 활동'(p28)으로 이끌어낸 이 사람의 삶이 부러워진다.

책을 읽고 나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오로지 가정 안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살았던 시간이 스친다. 열심히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해내기만 하면 행복 할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만드는 반찬 가지 수 만큼, 뺀질뺀질한 아이들 얼굴 만큼 내 삶도 풍성해지고 빛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예상 밖이다. 난 어느날 갑자기 설거지를 하다 눈물을 흘렸고, 그 뒤론 일년정도 밤 마다 수 없이 숨죽여 울었었다.

돌아보면 아찔한 시간이다. 그날 뜬금없이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면 난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러고 보면 나도 작가처럼 멋진 삶은 아니지만 내게 주어진 환경안에서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엄마' 이기 전에 '나'로 존재 하기위해 읽고 쓰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보낸 밤들이 있다. 그래, 나도 멋진 사람이다. 잘 살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잘 살아내려고 노력하잖아!
(자기 위로중..^^)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개념을 가정 안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우린 분명 서로 존중하고 위해주며 사는 것 같았는데 내 삶을 돌아보면 '평등'이란 단어는 공허해진다. 여전히 투쟁하듯 가져야 하는 나의 시간 앞에서, 그런 억울함을 자식들한테 풀어 버리는 내 모습 앞에서, 그 때문에 흔들리는 아이들 눈빛 앞에서...나는 가끔 서럽기도 하고 어떤날은 닿을 수 없는 무엇 때문에 좌절하고 만다.

가정주부 이면서 주부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못난 마음, 여성으로써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에 반항하고 싶지만 이미 친밀한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 삶,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방학이 힘겹고 주말이 두려운 나, 남편의 삶은 위로해주지 못하면서 나의 삶은 위로받고 싶은 나, '엄마여도 괜찮아' 라는 위로가 필요하지만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상한 마음...삶을 산다는 것이 한해를 살아내면 낼 수록 더 어렵고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확실한 건 ( 이 책을통해 확실히 깨달은건)'내인생은 나의 것' 이라는 것.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그것을 잊지 않고 산다면빙글빙글 돌아가더라도 결국엔 '나의 삶'에 닿을 수 있다는 것, 난 그것을 믿으려 한다. 내게 그런 믿음이 있다면 아이의 인생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헉 벌써..하루 또 다갔네. 망했다 망했어' 라는 말 대신,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릴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핑계대지 말고, 가질 수 없는 혹은 가질 수 없었던 무엇에 매달려 없는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나는 나의 삶에서 서툴고 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 나만의 속도에 맞춰 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싶다.

느려도 좋다. '나와, 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살아 갈 수 있다면 나도 충분히 멋진 삶을 살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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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haha772

    안녕하세요. 북라이프 출판사입니다.<soongoeul >님 리뷰를 보고 댓글 안내를 드립니다. <엄마의 20년> 저자인 오소희 작가님의 신작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에 대한 안내를 드립니다. 떠남이 제한된 시기, 모두가 집에 머물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답답한 일상을 환기해줄 특별한 장소를 찾아 떠나던 과거의 방식 대신, 지금 머무는 자리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는 이들의 멘토’ 오소희 작가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입니다. 오소희 작가님에 신작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2021.03.25 11:3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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