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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도서] 365일

블란카 리핀스카 저/심연희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 365 리뷰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았다. 두 주인공의 격렬한 정사(힘 있는 섹스) 장면만 기억에 남았다. 오랫동안 꿈속에서 보았다는 이유로 한 여자를 가지려 하는 주인공. 게다가 납치범 주제에 너를 상냥하게 대하는 법을 내게 가르쳐 달라니. 대체 뭔 개소리?

 

책을 읽어야 하는데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큼 마지막 페이지 까지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드러내는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의 이야기라기 보단 남자의 끝내주는 비주얼과 재력,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성적 능력에 길을 잃어버린 가엾고 불쌍한 여자의 이야기. 이것이 내가 느낀 감상의 결과이다.

 

그들의 사랑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들의 섹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히려 그들의 섹스가 무서웠다. 때문에 과감 없이 드러내는 욕망. 그 날것의 움직임과 세세한 묘사들은 내 안에 어떤 것도 자극하지 못했다. 섹스가 그렇게 중요 한가?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나가는 걸 보면서도 섹스가 하고 싶을 정도로? 날 던지고 밀치고 기절시키는 남자의 성기를 내 입안에 넣고 싶을 정도로? 난 모르겠다.

 

작가는 말한다. 섹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건 저녁을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되어야 한다고. 나도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섹스는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쉬쉬하고 숨겨야 하는 일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지나친 상상은 해롭다. 더욱이 일방적인 상상의 현실 재연이라니. ‘너는 나를 가질 수 없어. 난 네 물건이 아니야라고 소리치던 라우라의 입안에 가득 찬 마시모의 성기는 정말....대략 난감이다.

 

이제껏 납치범을 사랑하게 되는 다양한 영화가 많았는데 고작 여자 주인공이 몇 번 큰소리를 치고, 가해자(어쨌든 너는 범죄자니까)에게 섹스에 대한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 했다는 것만으로 주체적인 여성 이라니 공감이 1도 되지 않는다. 전 세계 모든 연령의 여성이 이 책에 열광한다고? - 나는 그 소개 말이 책이나 영화보다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모든 여성들이 그런 섹스를 원할 거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문구를 지워버리고 싶다. 적어도 함께 책을 읽은 내 주변의 여성들은 누구도 이 이야기에 열광하지 않았다.!!!

 

그래, 물론 이건 소설일 뿐이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다. 그냥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 꿈속에서 본 여자와 같은 여자를 납치하는 일이야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겠지만, 조금만 변형하면 충분히 다양한 모습으로 이미 일어나고 있는 많은 범죄들을 떠올리게 한다. 라우라의 몸을 벽에 밀치고, 목덜미를 쥐어 잡고, 머리를 당겨 목을 뒤로 꺾고, 손으로 얼굴을 잡아 휙휙 돌리고, 섹스를 할 때면 손의 악력을 이용하는 마시모의 몸짓이 섹시하기보다 무서운 건 나만의 느낌일까?

 

물론 섹스를 즐기는 방법이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고, 힘을 써 상대를 제압하고 제압당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미친 듯이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모든 행위에 동반되는 마시모의 힘과, 베이비 걸(Baby girl) 이라 불리는 라우라 애칭의 조합은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 시키는 것 같아 더 없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환상적인 섹스가 남성(=힘과 자본)에 굴복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욕망의 대잔치라면 흠..그건 생각할 필요 없이 노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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